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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7

머니볼 - 베넷 밀러 : 별점 2점

 


원작인 논픽션을 굉장히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읽었고 영화의 평도 좋아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솔직히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원작은 빌리 빈이 폴 데포스데타와 함께 2002 드래프트에서 제레미 브라운으로 대표되는 다른 경쟁팀이 주목하지 않는 선수들을 상위픽을 사용하여 영입하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이 드라마틱한 드래프트야말로 그동안 계속 정립해온 머니볼 이론을 완성하여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 변화의 장 그 자체인 것이죠.

그러나 영화는 드래프트는 언급도 되지 않고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데이먼, 지암비, 이스링하우젠이라는 스타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놓친 뒤 몇명의 선수 보강으로 2002년의 기적과도 같은 20연승을 이루어 낸다는 줄거리로 흘러갑니다. 도저히 영화로 어떻게 찍어야할지 감도 안오는 드래프트 현장보다는 야구 시합이 중심이 되는 것은 영화라는 컨텐츠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처럼 선수 몇명 바꿨다고 믿을 수 없는 연승을 하는 것처럼 그리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돼죠. 프로야구 매니저 게임에서도 불가능할거에요.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2002년의 오클랜드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 처럼 루져들의 팀도 아니었고 말이죠. 배리 지토, 마크 멀더, 팀 허드슨이라는 투수 3인방이 건재했고 미겔 테하다와 같은 타선의 구심점도 있었던, 충분히 지구에서 우승을 노려볼만한 탄탄한 전력의 팀이었어요!

게다가 빌리 빈 캐릭터도 불만입니다. 야구계의 혁명가이자 독재자,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에서는 따뜻한 가장이자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으로 그려집니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따뜻한 도시남자 이미지가 브래드 피트의 상큼한 외모와 함께 전형적이고 뻔한 야구영화 장면들로 반복되며 강조되는데 - 예를 들자면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락커룸에서 벌이는 일장 연설이나 데이빗 져스티스에게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기를 요청하는 장면, 미안함이 어린 방출통보, 그리고 경기를 보지않는 신조를 깨고 츤데레 아가씨처럼 몰래 관객석에서 게임을 지켜보는 장면들 - 이건 아니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단장이 된 제리 맥과이어 필이거든요. 원작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그나마 머니볼 이론을 야구를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 살짝 보여주는 부분은 괜찮았고 경기 장면도 좋긴 합니다. 중간중간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스타 선수들도 반갑고요.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보면 썩 괜찮은 야구영화이긴 해요. 하지만 원작과의 괴리가 너무 심하고 각색도 심해서 원작팬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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