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회사 행사로 미술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전시명은 <<게임 사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하는 전시로, 집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남들 출근하는 평일에 미술관을 가니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벌써 해바라기가 피었더라고요.
전시의 주제는 말 그대로 '게임'입니다. 비디오 게임이 등장한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하네요.
게임은 시각과 청각 중심의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몰입 경험과 사회적 상호 작용을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현 시대 가장 앞서있는 종합 예술이자 미디어 아트일 수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이 결합되어야 완성될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 직업이 UX이니만큼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전시였어요.
전시를 감상하기 전에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를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상상해 보았는데,'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을 전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마인 크래프트>>로 만든 여러가지 창작물들, 또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아이콘이 되어버린 대표적인 게임을 토대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이건 예술품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실제로 전시를 보니, 제 생각과 절반 정도는 일치했습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게임들이 여러가지 소개되고 있었거든요.
대표적인건 비디오 게임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팩맨>>, 가상 현실이라는걸 게임을 통해 최초로 사람들에게 알려준 <<심시티>>, 최근까지도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잘 나가고 있는 <<마인 크래프트>> 등이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조작 가능한 상태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좋았어요. 전시의 취지를 잘 살렸더라고요.
<<카트라이더>>까지 소개되고 있었는데, 이건 아마 협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드네요. 그 정도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게임은 아니니까요.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스타 크래프트>>를 소개해주는게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산업 자체를 바꾼 게임이니까요. 그래도 <<카트라이더>>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게임 사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 사회적인 영향력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인기 많고 재미도 있으면 그게 최고죠.
그리고 예술에 가까운(?) 게임으로 <<플로우>>, <<플라워>>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조금 조작해보니 게임이라기 보다는 인터랙티브 아트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걸 더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고, 무언가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 그게 바로 게임이 될 텐데 그걸 어떻게 찾아갈지를 고민해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순한 인터페이스라도 뭔가 그런 경험을 주도록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게임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미디어 아트들이 선보여지는데, 이건 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실제 오락실(?)처럼 꾸며놓은 전시 공간, 그리고 게임기 형태를 빌어 설치하고 만들어 둔 작품들은 언뜻 보면 진짜 게임같게끔 잘 만들어놓기는 했는데요,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왜색이 짙은건 둘째치더라도, 결과물의 상상력이 너무 빈곤했습니다. 일본 만화를 많이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신기하지 않은 볼거리(?)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요. 실제로 조작까지 가능한 작품도 몇 개 있었지만, 수십년전 플래쉬 게임 수준이라 단계가 너무 단순해서 몰입할 수도 없었고요.
이렇게 관람을 끝냈습니다. 홀로 감상해서 의견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게 안타까왔지만, 많은걸 느끼게 해 준 좋은 전시였습니다. 다음에는 의견을 나눌만한 지인들과 와서 감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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