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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2

명탐정의 규칙 - 히가시노 게이고 / 이혁재 : 별점 3점

 

명탐정의 규칙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재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6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이른바 '본격', '정통'이라고 하는 작품들의 작위적인 설정을 비웃는 형식이죠. 덕분에 패러디 개그물 느낌도 납니다. <33분 탐정>이 연상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 장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제대로 갖고 놀았달까요? 진부하고 뻔하기 까지 한 밀실, 고립된 산장, 다잉메시지, 시간표 트릭, 기발한 흉기와 같은 요소를 비롯하여 범인의 의외성이나 토막살인, 동요살인과 같은 플롯까지 주인공인 오가와라 반죠 경감과 명탐정 덴카이치의 입을 빌어 철저하게 조롱하고 있는데 통쾌한 것은 물론 비웃는 이유가 모두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에 대한 조롱은 물론 추리독자들을 향한 날선 비판 - 아무도 시간표나 저택 구조도를 들여다 보지도 않고 정해진 단서들로 추리하지 않으며 단지 감으로 범인을 때려 맞출 뿐이라는 이야기 - 역시 수긍이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작가 스스로도 이 작품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전형을 깬 작품들을 발표했다고 하니 본인 스스로에게 대한 반성도 묻어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롱과 비판을 제대로 된 추리물 형식으로 녹여내었을 뿐 아니라 몇몇 이야기에서는 상당한 아이디어와 트릭이 펼쳐진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이 작품을 단순한 패러디 개그물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추리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다잉 메시지의 뜻이라던가 토막 살인과 목없는 시체 사건의 진상, 보이지 않는 흉기의 정체 같은 것은 재미도 있지만 하나의 트릭으로도 충분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오가와라 반죠와 덴카이치 탐정이라는 캐릭터로 정통 본격물의 구조를 비트는 서술 트릭들도 괜찮았고요. 이렇게 추리적 트릭에 대한 비판과 정통 추리물의 조합했다는 점에서는 만화 <nervous Breakdown>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비판의 정도는 좀 다르지만.

에피소드별로 편차가 좀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런데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즐길거리로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추리소설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서 추천하기는 약간 애매하네요. 일반적인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팬들분에게도 마찬가지. 작풍이 너무 다르거든요. 열린 마음의 추리소설 애호가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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