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문학동네 |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너무 바빠서 집에 오면 씻고 자기도 바쁜 요즈음입니다. 출퇴근 틈틈이 책은 몇권 읽었지만 리뷰 올릴 시간도 없네요. 주말내내 출근해서 야근하다가 간만에 집에 일찍 온 기념으로 올립니다. 생존신고도 겸해서 말이죠. (저 살아 있습니다~!)
이 책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로 깊은 인상을 남긴 우타노 쇼고의 중편집으로 제가 읽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시체를 사는 남자> 가 있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편보다 별로였습니다. 앞선 두편은 나름의 아이디어 - 서술트릭을 이용한 기발한 반전 / 액자소설의 구성을 깬 독특한 전개 - 가 워낙에 압도적인 편이라 다른 세세한 약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책에 실린 3편의 작품은 아이디어나 설정 등이 그에 미치지 못했으며 덕분에 단점이 상당히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입니다.
작품별로 상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실린 표제작이기도 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일단 독특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에서 빚어낸 이야기 자체는 무척 좋았습니다. 돈을 밝히는 속물로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책으로 펴냈다가 고소당한 뒤 빚에 허우적거리는 명탐정 가게우라가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경찰에게 허위로 알려주고 스스로 협박범으로 나선다는 이야기는 비열하고 치사하지만 왠지 더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이 캐릭터의 설정만 가지고도 여러 시리즈를 쓸 수도 있을만큼 매력적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체가 가게우라라는 캐릭터에 기댄 측면이 많고 트릭 역시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큽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준의 장치트릭을 경찰이 간과했으리라는 것은 무리죠. 명탐정의 규칙에도 나옸지만 이건 정말 설정에 불과해 보였어요.
조수가 명탐정으로 거듭나는 결말은 안이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설정을 작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얼빠진 추리소설 오타쿠 조수를 내세우느니 명탐정이지만 협박범인 가게우라가 항상 불운하게 협박에도 실패한다는 코믹한 단편 시리즈로 계속 끌고갔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요? 약간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높여줄 정도는 아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은 종교단체 테러범 일당이 은신한 무인도에서의 연쇄살인극을 그린 <생존자, 1명> 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시점에서 그린 생존에 대한 긴박감이 정말로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고립된 장소에서의 사투라는 점에서 <크림슨의 미궁>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긴박감 역시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또한 연쇄 살인 역시 비교적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에 추리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고요.
그러나 결말이 작위적이라는 단점이 너무나도 확연합니다. 임신이라는 설정 역시도 그렇게 쉽게, 두명이나 이루어질리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억지스러웠고요. 최후의 1인이 누구였을까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 열린 결말구조 역시 경찰 수사와 감식을 너무 우습게 본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래저래 반전에 너무 집착한 티가 좀 난달까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충분했기에 별점은 2.5점 주겠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관館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는 한마디로 추리애호가를 위한 동화입니다.
대학 동창인 후유키의 초대로 그의 저택인 '삼성관' 에 모이게 된 추리소설 연구회 친구들이 벌이는 추리게임을 다룬 작품인데 한때 빛나는 젊음을 공유했던 중년 추리애호가들의 활약은 읽으면서도 굉장히 즐겁고 부러웠습니다. 저 역시 추리애호가이기에 주인공 후유키의 꿈을 어느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짠하게 읽은 것 같아요. 추리게임에 활용되는 트릭도 설정에 딱 맞으며 모든 부분에서 섬세하게 정보제공이 되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핵심트릭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좀 아쉬웠습니다. 방향은 사람이 놓치기 쉽지 않은 감각인데 아무리 특징없는 원형의 응접실이라 해도 모든 사람들이 속아넘어간다는 것은 무리죠.
조금 길어지더라도 등장하는 인물들에 배경 설명도 자세하게 덧붙여주고 후유키와 그의 '관', 그리고 추리소설에 대한 사랑을 보강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지만 추리애호가를 위한 꿈같은 소품이기에 만족합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별점 2.5점. 이 책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래서 총점은 7점 나누기 3해서 2.3점... 2.5점으로 하겠습니다.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빛나는 부분이 있는 것도 확실하니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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