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천 정사 -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시공사 |
꽃을 소재로 한 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중단편집입니다.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커뮤니티인 하우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네요. 리뷰에 앞서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집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회귀천정사"는 이전 "빨간 고양이"라는 좋은 앤솔러지에서 이미 접했었지만, 전체 연작 시리즈를 한 권으로 만나니 재미가 더욱 색달랐습니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시적인 묘사가 가득한 작품들로, 묘사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순문학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급 문학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느껴지거든요.
또한 잔잔한 전개 속에서 놀라운 진상을 밝히는 구조에 반전의 묘미가 잘 살아 있어서 추리 애호가로서도 충분히 즐길 만 했습니다.
단, 대체로 걸작 "회귀천정사"의 포맷을 따라 한 느낌이 강한건 조금 아쉽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대부분 화자의 단독 추리로 밝혀진다는 점이 특히 그러한데, 이러한 포맷은 결국 진상 자체가 화자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크게 남긴다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단서들도 미려한 묘사와 전개 속에 뿌려 놓아서 알아차리기 힘들고, 그래서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던 것도 추리 소설로서는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앞서 말한 '추리 소설'적인 감점 요인이 크지만, 순문학적인 정취와 뛰어난 묘사는 빼어납니다.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추리물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첩 오누이와 함께 조야자카 거리에서 조용히 살고 있던 중, 연쇄 살인 사건에 휩쓸렸다가 결국 그 진상을 알아채게 된다.
'대필가'라는 존재와 함께 숨겨진 진상을 드러내는 결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등나무 꽃'이라는 소재를 가져다가 연작에 포함시킨 것은 억지스러웠어요. 작품과는 별 상관이 없거든요. 그래도 조용하고 잔잔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반전이 있기에 평작 이상은 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건달 잇센마쓰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나'는 사건과 관련이 깊은 유곽의 소녀 스즈에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 뒤 유력한 용의자 후쿠무라마저 잇센마쓰와 같은 모습으로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스즈에라는 어린 소녀를 통해 전해지는 슬프고 서정적인 분위기도 좋지만, 주인공의 파트너였던 히시다 형사의 편지로 밝혀지는 진상이 충격적이면서도 가슴을 저미는 작품. 어떻게 보면 신파 멜로물 분위기지만, 유치하지 않게 전개한 작가의 솜씨가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별점은 4점. 이 작품만큼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야쿠자 누키타의 직속 부하인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형님의 부탁으로 고민에 빠졌다. 이어서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약간 긴 듯한 느낌을 주어서 지루했고, 진상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져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작품. 누키타의 행동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뭔가 비뚤어진 애증 관계를 다루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사건의 본질과는 너무 거리가 있던것 같아요. 사건을 모두 마무리하고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말은 마음에 들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저주받았다는 어머니 때문에 도쿄로 올라와 살게 된 '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기억하고 있던 충격적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요코미조 세이시 풍의 설정을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변주한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분위기는 상당했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아쉽습니다. 어머니가 벌인 사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이고요. 작위적인 설정 덕에 반전은 놀랍지만, 정교한 맛이 떨어져서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다. 평작 수준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빨간 고양이"의 "돌아오지 않는 강의 정사" 리뷰 참고하세요.
순문학과 추리가 어우러진 걸작. 새로운 번역으로 읽으니 느낌도 새로웠습니다. 추리적으로 완성된 작품은 아니라는 단점 때문에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4점입니다만,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작품을 한 편 쓸 수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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