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김영사 |
이른바 '제왕'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작가 스티븐 킹의 작법서... 를 가장한 에세이집으로,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스티븐 킹의 출생과 유년 시절, 학교생활, 찢어지게 가난했던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거쳐 "캐리"로 대박을 내고 이후 알코올과 마약 중독을 치료하게 될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반평생을 다룬 첫 번째 부분, 실제 소설 작법에 관한 두 번째 부분, 그리고 생사가 오갔던 대형 교통사고와 그 이후의 삶을 다룬 짤막한 세 번째 부분입니다.
사실 좀 쉽고 재미난 작법 교육서라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스티븐 킹의 반평생 이야기가 먼저 등장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세 부분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고생도 많이 했고,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입담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체적으로 유머가 깔려 있어서 재미있으면서도 묘했거든요. 또 킹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공장과 세탁소에 대한 묘사는 그의 몇몇 작품에서 유사한 분위기를 느꼈던 것이 떠올라 킥킥거리며 읽게 되더군요. 이시카와 쥰("만화의 시간")이 말한대로,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자기만의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크리에이터에게 굉장히 큰 무기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부분인 작법론에 대한 내용은 주요 부분이 다른 작법서들과 유사했지만(부사는 되도록 쳐내고 최대한 간결하게 등), 역시나 작가만의 유머로 포장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연장통"이라는 비유도 좋았고요. 딱딱한 작법서에 비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한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예들이 대부분 그의 작품이며, 중요한 부분까지만 알려주고 끊어버려서 독자로 하여금 뒷부분을 궁금케 만드는건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구나 싶었습니다. 다작 작가로서의 실제적인 조언, 즉 영감을 얻는 과정이나 글을 써 내려가는 방법, 초고를 고치고 출판에 이르는 과정까지 설명해 주는 부분은 재미도 있고, 얻어가는 것도 많아서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러나 세 번째 부분은 제일 짧기도 하지만, 별 내용이 없습니다. 교통사고와 재활 과정, 그리고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가 싶더라고요. 큰 교통사고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건 분명 드라마틱하긴 한데... 별로 와닿지는 않았어요. 잘 나가다가 왠지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었으니까요. 이보다든 차라리 작법론을 좀 더 펼쳐주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와 실용성을 겸비하긴 했지만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적인 도움이 얼마나 될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감점합니다. 하지만 향후 제가 쓴 소설을 퇴고하게 된다면 스티븐 킹의 방법, 즉 10%까지는 단어를 무조건 줄여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상징이나 주제를 선명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런데 스티븐 킹이나 다른 작가들처럼 기본적인 설정을 떠올리고 앞부분을 쓴다면, 그다음에는 주인공들이 알아서 진행한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정말로 이런 방식으로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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