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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0

낯선 승객 -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 심상곤 : 별점 2점

낯선 승객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심상곤 옮김/해문출판사

촉망받는 건축가 거이는 문란하고 애정없는 아내 미리엄이 이혼조차 해 주지 않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기차에서 만난 브루노에게서 "내가 당신 아내를 죽일테니 당신은 나의 아버지를 죽여달라"라는 완벽한 범죄 시나리오를 듣지만 무시해 버린다. 그러나 브루노가 정말로 미리엄을 살해한 후 아버지 살해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협박까지 하게되자 거이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결국 범행을 저지른다.

두건의 범죄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보장된 완전범죄로 남게되나 브루노의 아버지가 고용한 사립탐정 제러드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면서 거이의 인생은 파국을 맞게 되는데....

 "태양은 가득히"의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데뷰작. 기차에서 사람 한명 잘못 만난 것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게 된다는 작품이죠.

서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2명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원수를 바꿔서 죽여준다는 설정은 프레데릭 브라운의 "교환살인"과도 거의 동일한 아이디어죠. 또 예전에 히치콕 감독 영화로 먼저 접하기도 해서 그동안은 손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왠걸! 영화와 소설이 굉장히 딴판이라 무척 놀랐습니다. 중반부까지는 같은데 그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해서 결말은 아예 반대더군요. 영화에서 테니스 선수였던 주인공 거이는 건축사로 나오며 영화에서는 결국 교환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데 반해 소설에서는 브루노의 협박에 의해 심신 상실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니까요.
때문에 영화는 거이가 아내 살인범이 자기가 아니라 브루노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을, 소설은 범죄 이후 두명의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붕괴하는 과정을 (주로 거이 중심이지만) 중반부 이후부터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비교해서 보니 보다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나 완성도, 재미 모두 영화쪽이 더 낫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우연히 과거에 서로 만나서 서로가 원하는 사람들을 각각 살해했다..라는 것을 사립탐정이 추리해내지만, 이후 검거 과정에서는 아무런 물증을 제시하지도, 찾아내지도 못하고 단지 마지막에 미행에 의한 도청으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식이라 별로 정교하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그러나 영화에서는 거이가 발버둥치면서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브루노가 결국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을 타당하게 밝혀내기 때문에 훨씬 세련되게 전개되었다 생각합니다.

물론 소설도 심리묘사 하나만은 치밀하면서도 극적이므로 충분히 읽으면서 즐길 수 있기는 합니다. 허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며 해피 엔딩인 영화가 전개나 결말이 더욱 마음에 드네요. 거이라는 친구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지기에 더더욱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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