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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30

샘 호손의 사건부 - 에드워드 D 호크 : 별점 3점

하아.. 정말 긴 기간동안 읽었네요. 그동안 바쁘기도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림 하나 없는 원서를 읽느라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시리즈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컸습니다. 특히나 1920~30년대의 미국 촌동네를 무대로 한 색다른 배경과 시골의사인 주인공 샘 호손의 설정이 여러모로 재미를 가져다 주더군요. "금주법"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포함시켜 보여주는 식으로 시대물 분위기를 물씬 내주고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시골에서의 생활상을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기발한 착상의 불가능 범죄가 속출하는 전통 퍼즐 미스테리 형식의 작품 성격이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렵게 한줄한줄 읽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고 보람있는 독서였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죠.

하지만 단편의 명수라는 별칭에는 걸맞지 않는 수준의 작품도 분명 있습니다. 이 작가의 문제는 트릭보다는 "동기"와 "전개" 라고 보여지는데 이러한 소설적인 플롯이 약한 작품이 꽤 있는 편이거든요. 이런 점만 더 신경써 주었더라면 완성도를 훨씬 높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더군요. 이런 부분 때문에 번역이 된다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 중 베스트로는 "유개교의 수수께끼"와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그리고 호손 시리즈는 아니지만 보너스로 실려있는 단편인 "긴 추락" 이었습니다.

뒷부분의 해설에 따르면 시리즈는 시간대순으로 계속 진행되어 이제 2차대전 직전의 시대까지 왔다고 하는데 후속 작품집도 궁금해지네요. 한권 읽어 봤으니 다음 권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완독하는데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두렵긴 합니다만....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유개교의 수수께끼" :
이 시리즈의 기념할 만한 첫번째 작품입니다. 트릭 자체도 상당히 괜찮을 뿐 아니라 당시 시대상황과 잘 맞물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조금 억지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어설픈 번역 참고하세요.

두번째 이야기 "물레방앗간의 수수께끼" :
마을 물레방앗간에 화재가 발생하고 마을에 소설을 쓰기위해 찾아왔던 보스턴의 학교선생 고드웨어너가 시체로 발견된다. 샘 호손은 자기가 직접 운반을 도와준 잠겨있던 금고안의 소설들이 사라진 수수께끼에 집중하는데.....
물체 소실 트릭이랄까요? 금고안에 있던 소설이 사라진 방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투계장이나 금주법시대 밀조주를 파는 곳 같은 것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있던 것도 재미있었고요. 그러나 동기나 이야기 전개는 좀 대충대충...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가재잡이 오두막의 수수께끼" : 
부유한 대 부호 딸의 약혼식이 벌어지는 저택에서 당시 인기있던 "후디니" 같은 류의 탈옥 마술을 연기하기 위해 마술사 줄리안 샤벨이 가재잡이 오두막에서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인 채 갇혀있다가 목이 잘려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당시 가재잡이 오두막 주위는 약혼식 파티 손님들이 둘러싸서 지켜보고 있는 상태. 범인은 어떻게 그를 죽이고 사라질 수 있었을까?
밀실 살인 트릭으로 트릭 자체는 기발하고 신선하지만 과연 가능했을까..라는 점에서는 납득하기 좀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설정이나 무대 배경은 참신하고 좋았는데 약간 아쉽더군요.

네번째 이야기 "저주받은 야외음악당의 수수께끼" : 
독립기념일 축제가 있는 날, 예전 흑인 노예가 린치당해 죽어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야외음악당에서 음악회 도중 드위킨스 촌장이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칼에 찔려 죽으며, 그 직후 섬광과 함께 유령처럼 범인이 사라진다....
일단 작가가 좋아하는 "불가능 범죄"에 너무 치중한 듯한 작품입니다. 동기도 문제가 있고, 트릭도 설득력이 부족했을 뿐더러 이러한 야외음악당에서의 음악회 도중에 촌장을 죽여야 했던 그 당위성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다 생각되네요.

다섯번째 이야기 "승무원 차의 수수께끼" : 
이웃 마을 의사의 신혼여행때문에 대신 이웃 마을로 가야하는 샘 호손은 특수 제작된 밀폐된 공간인 승무원 차 안에 설치된 금고로 보석을 운반하는 기차에 타게 된다. 하지만 한밤중에 모든 문이 닫혀진 승무원 차 안에서 차장이 살해당하고 금고가 열려 보석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밀실 살인이긴 하지만 차장의 다이잉 메시지가 등장해서 이채롭네요. 상식적으로 이해가능한 트릭으로 그다지 놀랍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붉은 소학교의 수수께끼" : 
소학교에서 선생이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학생이 유괴당한다. 당시 근처에는 어떤 어른이나 자동차, 마차도 없었고 길에도 인적이 전혀 없는 상태, 아이는 결국 찾지 못하고 유괴범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는데...
또 등장하는 "인간소실" 트릭이네요. 이 작은 촌동네에 왜 이리 강력범죄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유괴범이 등장합니다. 트릭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고 제목부터 "붉은"색에 집착하여 독자에게 힌트를 주는 방식이 신선했고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죽지 않는 등의 독특함도 괜찮았어요.

일곱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첨탑의 수수께끼" : 
크리스마스 예배가 끝난 직후, 마을 목사가 첨탑 종루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당시 첨탑의 입구는 잠겨진 상태의 밀실로 그 장소에 있었던 집시가 범인으로 체포되는데...
"범인이 안에 있는 잠겨진 방" 이라는 밀실같지도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내용면으로 본다면 2번이나 반전이 거듭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읽는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여덟번째 이야기 "16호 독방의 수수께끼" : 
우연찮게 검거한 전국적인 범죄자 조르쥬 렘 (통칭 "뱀장어")은 렌즈 보안관이 자신있게 신축한 감방 건물의 가장 안쪽 방인 16호 독방에 수감된다. 하지만 탈옥의 명수인 그는 모두에게 탈옥을 예고한 후, 철저하게 감시되는 엄중한 감옥안에서 탈옥에 성공하게 되는데...
탈옥물. 그러나 트릭도 그다지 기발하지 않을 뿐더러 렌즈 보안관의 부주의에 기인하고 있는 등 완벽하고 세밀한 점도 부족했습니다. 작품 안에서 같이 진행되는 총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짤막한 부분이 오히려 추리적으로는 더 뛰어나나 여겨질 정도로 말이죠. 작품 내에서도 푸트렐의 "13호 독방의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그냥 일종의 오마쥬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아홉번째 이야기 "오래된 여관의 수수께끼" :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여관에서 주인이 강도에게 총격당해 살해된다. 여관 종업원은 그가 뒷문으로 도망쳤다고 하나 뒷문은 잠겨있는 상태로 보안관은 증언의 모순을 고려하여 종업원을 범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날 다른 일로 여관을 찾아간 호손 앞에서 같은 강도가 나타나 총격을 가하고 잠겨있는 뒷문으로 사라지는데....
간만에 총격 사건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하지만 사건의 전개나 트릭은 간단합니다. 여관의 구조를 자세하게 서술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는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허무할 정도로 별다른게 없더군요.

열번째 이야기 "투표 부스의 수수께끼" : 
선거 투표일에 렌즈 보안관과 경합하는 보안관 입후보자 헨리 오티스가 투표 부스 안에서 치명상을 입고 살해된다. 칼에 찔린 상처이지만 투표 부스 어디에도 흉기는 발견되지 않고 그가 투표 부스 안에 있는 동안 외부에서 접근한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흉기를 감추는 트릭이 교묘하게 잘 짜여진 작품입니다. 동기와 범인은 굉장히 시시하지만 흉기를 감추는 이 트릭 하나 때문에라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네요. 개인적인 베스트 중 한편입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번역을 한번 참고해 보시길.

열한번째 이야기 "농산물 축제의 수수께끼" : 
마을의 농산물 축제 날, 최대 행사인 "타임 캡슐 묻기" 행사가 벌어진 직후, 마을의 문제아 맥스 맥니어가 실종된 것을 알게된 호손은 피묻은 책을 단서로 타임 캡슐을 다시 발굴할 것을 요구하며 발굴된 타임 캡슐 안에서 맥스의 시체를 발견한다. 타임 캡슐은 밀봉된 상태였고 여러 물건들을 넣고 파묻기 직전까지 안에 시체란 없었던 것을 마을 주민 모두가 확인 한 상태. 과연 어떻게 범인은 시체를 안에 넣었을까?
마을 축제를 배경으로 해서 호손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이 등장하는 등, 팬으로서는 즐길 요소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이 책 한권 읽고 팬이라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요^^)
그러나 밀봉된 타임 캡슐안으로 시체를 이동시킨다는 기발한 발상과 괜찮은 트릭에 반해 공정한 정보 제공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힌트인 캡슐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을 좀 대충 대충 넘어간 것 같거든요. 그래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열두번째 이야기 "떡갈나무 고목의 수수께끼" : 
영화 촬영중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린 스턴트맨이 저주받은 나무로 알려진 마을의 고목에 매달려 목이 졸려 죽은채 발견된다. 뛰어내릴 때 까지는 살아 있었고 착륙하자마자 죽은, 사고가 아닌 살해당한 시체. 그를 누가 어떻게 살해한 것일까?
이 작품은 무성영화에서 토키 영화로 넘어가던 과도기 영화 촬영이 소재인지라 이야기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QED"에서 한번 먼저 읽었었던 공중에서 살해당한 다이버라는 소재도 흥미로왔고요. 하지만 이 작품 최대의 약점은 호손의 부주의로 비롯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참고로 말한다면, 예전 "코난"에서 동일한 트릭이 등장한 적이 있다는 정도?

열세번째 이야기 "긴 추락" : 
쥬피터 스틸의 카리스마 경영자 빌리 컴이 중역실에서 투신하지만 어디에서도 시체를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3시간 45분이 지난 후 그가 투신하여 떨어지고 회사의 경비담당 맥그러브가 사건을 추리하여 범인을 밝혀낸다.
이 작품은 보너스같이 실려 있는 작품으로 호손 시리즈는 아닙니다. 하지만 밀실에서 투신한 후, 4시간여가 지나서 아래로 떨어진 시체 라는 기상천외한 사건은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동기와 트릭이 완벽해서 단편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제 발번역도 한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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