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
포와로는 헤이스팅스와 머제스틱 호텔에서 머물던 중 이웃 엔드하우스의 여주인 닉 버클리양이 저격당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포와로에게 닉양은 최근 발생했던 수수께끼 같은 살인미수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포와로는 그녀에게 항상 같이 있어줄 친척을 불러올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그녀의 사촌동생 매기는 엔드하우스에 도착한 첫 날, 불꽃놀이가 있는 밤에 닉의 숄을 걸치고 나갔다가 총에 맞아 살해되고 포와로는 그녀 주위의 인물들 - 그녀의 절친한 친구 프레드리커와 부유한 화상 레저러스, 해군 중령 챌린저, 이웃 크로포트 부부 등 - 을 전부 용의선상에 올리고 사건을 분석하지만 별다르게 부유하지 않은 닉 때문에 동기를 찾지 못해 고민한다.
하지만 그녀의 숨겨진 약혼자가 부유한 모험가이자 비행사인 마이클 세튼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이클 세튼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뉴스를 읽고 진정한 사건의 진상을 꿰뚫기 시작하는데....
애거서 여사의 열두번째 장편으로 포와로 장편에서는 다섯번째 작품입니다. 포와로 등장 장편은 정말로 오랫만에 읽은 것 같네요. 여사님 최전성기 작품답게 즐길거리가 아주 많더군요.
일단 보통 본격 미스테리에서 독자가 범인을 짐작케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기"라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읽는 독자에게 "동기"를 중반 이후까지 가르쳐 주지 않음으로 해서 사건에 대한 궁금즘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여사님의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센스가 느껴지네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에 여러가지 사건이 병행해서 일어나며 여러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있고 포와로가 나름대로 A부터 J까지 정리한 용의자들의 혐의가 끝까지 지속되고 있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여사님만의 캐릭터로 창조한 독특한 악녀 캐릭터도 인상적이었고요.
추리적으로도 트릭부터가 빼어나며 사건의 진상도 논리적일 뿐더러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만의 활약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본격 추리물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단순한 살인사건이지만 상당히 꼬여있는 여러 요소들을 잘 조합해서 이 정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역시 여사님 답다고나 할까요? 아울러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진상 및 범인의 정체도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의 발동이 좀 오래 걸린다는 점은 불만스러웠고 마지막 "추리쇼" 연극에서 등장인물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연쇄적으로 빵빵 수수께끼들이 터지고 해결된다는 결말은 너무 작위적이었습니다. 이웃집 크로포드 부부나 프레데리커의 남편 이야기는 빼는게 좋았을 것 같고요.
그리고 먼저 읽었던 "움직이는 손가락" 처럼 범인이 후반부의 우발적 사건에 기대어 완전범죄에 거의 성공할 뻔 한다는 전개는 너무 안일했어요. 범인이 빠져나갈 구멍은 어느정도 만들어 놓긴 했지만 많이 부족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단점이 없지는 않기에 여사님의 최고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약간 모자르긴 하지만 본격 추리물로는 즐길거리가 많기에 추천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포와로 팬에게는 강추드리는 바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