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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7

어떤 살의 A mind to Murder - P.D 제임스 : 별점 4점



주로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스테인 진료소의 지하실에서 사무장 보럼양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런던 경시청의 애덤 달그리시 경시는 사건을 맡아 사건 발생 당시 진료소가 거의 밀폐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당시 진료소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며 그녀의 살인에 대해 동기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유산을 받게 되는 사촌, 그녀를 미워했던 의사, 그녀가 비밀을 폭로하여 궁지에 처한 의사. 그녀가 없으면 승진이 가능한 타이피스트... 등 거의 모든 인물들이 하나씩의 동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달그리시는 사건 전에 발생했던 15파운드라는 푼돈 도난 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 보게 되는데...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성 추리 작가 중 한명인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입니다. 세계적 작가답게 출판사에서 공식 홈페이지도 개설해 놓았네요.
"검은탑"과 "나이팅게일의 비밀"에 이어서 세번째로 접해보게 되었는데 여사의 시리즈 캐릭터인 달그리시경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사해 보니 이 작품이 오히려 앞서 읽은 두 작품보다 먼저 발표된 작품이더군요.

다른 작품을 읽어 보았던 기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제임스 여사의 작품은 추리소설작가답지 않게 굉장히 서정적인 문체가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여성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묘사들에 있어 섬세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특이한 문체를 지니고 있었다고 기억되며, 또한 주인공인 달그리시 경시조차 "시인" 을 겸직하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어서 달그리시 경사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더욱 그러한 색채가 짙었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러한 문체가 장점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었을 뿐더러 그다지 좋지 않은 번역으로 출판되어서 이전 두 작품 모두 읽기에는 굉장히 지루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구하기 힘든 작품이라 선뜻 구입하기는 했지만 읽기를 계속 미뤄 온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왠걸! 여태까지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박진감있는 이야기 전개와 함께 모든 단서와 상황이 독자와 공평한 두뇌게임을 할 수 있게끔 펼쳐져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결말로 흘러가는 등 고전 본격물 못지 않은 완벽한 본격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복선과 단서들을 대화와 상황 묘사 속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고 있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상당히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여러 함정과 장치 역시 만만치 않아 여사의 내공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아울러 비교적 빠른 템포로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좋았고 깔끔한 번역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하네요. 여기에 달그리시 경시의 개인적인 사생활과 로맨스도 살짝쿵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트릭 자체는 그다지 복잡한 퍼즐 미스테리는 아니라서 서두 부분의 관계자들의 심문을 통해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등장인물이 적은 만큼 동기 측면에서 범인을 유추해 낼 수도 있다는 점, 기존에 읽었던 여타 다른 작품들과 여러 묘사에 관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 등 약간의 아쉬움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정말 작은 부분이며 장점이 훨~씬 큰 작품입니다. 세밀한 심리묘사와 상황설정이 돋보이며 물론 추리물로서의 가치도 최고니까요. 한마디로 모스 경감의 고품격 젠틀맨 버젼이랄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서야 대거상과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 (Grand Master)을 전부 수상했던 제임스 여사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 같아 후련하기도 하네요. 다른 작품들도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정독 해 봐야 겠습니다.

PS : 다른 2편의 장편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진료소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이채로왔는데 작가에 대해 좀 조사해 보니 실제 제임스 여사는 병원 관리일을 했으며 남편도 의사였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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