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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8

삼나무 관 - 애거서 크리스티 / 신용태 : 별점 3점

삼나무 관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해문출판사

엘리노어 캘리슬은 부유한 친척인 로라 고모가 별채의 딸 메리 제러드에게 유산을 물려줄 지도 모른다는 괴문서를 받고 약혼자인 로디와 함께 고모가 있는 헌터버리 저택으로 향하나 갑자기 로라 고모가 발작을 일으켜 급사하고 엘리노어는 전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러나 약혼자 로디가 메리에게 반해 약혼이 취소되자 엘리노어는 헌터버리 저택을 팔고 떠날 것을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짐정리를 위해 방문한 엘리노어는 마침 찾아온 메리와 메리와 친했던 고모의 전 간호부 홉킨스 양에게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대접하는데 메리가 그것을 먹고 죽게되자 독살범으로 몰려 체포된다.

그녀의 무죄를 확신한 로라 고모의 주치의 피터 로드는 포와로에게 사건해결을 의뢰하여 포와로가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중후반기 장편.
포와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엘리노어 캘리슬 중심입니다. 때때로 엘리노어의 심리상태가 1인칭으로 묘사되기도 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중반부까지는 엘리노어를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지는 전개이며, 후반부는 주로 포와로의 활약이 묘사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앞부분에 모든 사건이 서술되고 포와로는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 하나 없이 오로지 독자와 똑같은 공평한 조건에서 추리를 시작하므로 본격 추리물에 딱 맞는 방식이라 생각되네요. 게다가 종반부에서는 실제 법정에서 배심원들을 상대로 역전극을 펼치기 때문에 포와로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법정 드라마" 적인 요소까지 등장하는 등 이래저래 독특한 느낌을 많이 전해 주더군요.
추리적인 부분도 마음에 듭니다. 작은 단서만을 가지고 진상을 꿰뚫어보는 포와로의 추리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죠. 특히 법정물답게 모든 증거가 제출된 뒤 그것을 뒤집는 증거들도 이론적으로 제시되어 이해가 쉬우면서도 합리적이라는 것이 좋았어요. 진상과 진범이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에서의 임팩트도 상당하고요.

하지만 포와로가 "외국에 있는 많은 친구" 들의 도움을 받아 단서를 모으는 부분은 현실성이 조금 떨어져 보였다는 점. 그리고 전형적인 여사님 특유의 부르조아 숙녀인 엘리노어 캘리슬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반면, 착하고 근면한 메리 제러드가 더 취향이었는데 메리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여사님 작품은 재미도 있고 좋아하지만 부르조아 - 귀족 중심의 편향적인 사고 방식이 자주 옅보이는 것이 시대적인 격차를 느끼게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게 별로 좋지 못한 쪽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입니다. 분위기도 묵직할 뿐더러 여러 서술이나 묘사, 전개방식이 다 독특하고 짜임새 있어서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지금 읽어도 추리적인 가치는 여전히 높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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