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성 -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라인 강변의 대 마법사 메이르쟈가 기차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있은지 17년 후, 메이르쟈의 친구로 그가 기거하던 해골성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던 당대의 명배우 마일런 아리슨이 총에 맞고 불에 타 성벽에서 떨어지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파리의 명탐정 방코랑은 이 사건을 메이르쟈와 아리슨의 친구인 대부호 드오네이로 부터 의뢰 받아 아리슨이 거처하던 해골성 옆 별장으로 조수겸 화자인 소설가 제프리 마르와 함께 떠나며 사건을 정식으로 담당한 독일의 명탐정 폰 아른하임 남작과 추리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이전에 읽었었던 "밤에 걷다" 이후 2번째로 읽은 딕슨 카의 방코랑 시리즈 입니다. 딕슨 카의 3번째 작품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딕슨 카 작품은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정통 본격물로서의 가치가 높아 굉장히 선호하는 편인데 우연찮게 헌책방에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 책도 있지만 최근 자금의 압박이 심해서....^^ (개인적으로 일신 추리문고 판본이 더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펠박사와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와는 다르게 방코랑 시리즈는 오컬트를 넘어서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전해주는 것이 독특하죠. 예를 들어 "밤에 걷다"는 흡혈귀 괴담, 이 작품은 "마술"을 배경 설정으로 다루고 있는데, 고딕호러 스타일이 작품 전체에 굉장히 짙어서 약간 일본 변격물 같은 느낌도 전해줍니다.
그러나 단순히 괴담취향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추리적으로도 우수해서 각종 단서가 독자에게 충실하게,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또한 굉장히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클로우즈 써클 타입 ("고립된 별장" 타입)의 미스터리인지라 용의자도 한정되어 있어서 진부해 질 수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무엇보다도 "올드보이" 못지 않은 반전에 뒤이은 결말은 저의 예상을 초월하더군요. 왠지 박찬욱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주인공의 "라이벌"격인 탐정이 등장해서 만만찮은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보통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라이벌을 "찐따"로 만드는 이 바닥의 상식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비교적 공평한 시각으로 두명의 능력을 표현하고 있거든요.
방코랑이라는 인물이 유머도 부족하고 잘난척도 심하며 혼자만의 꿍꿍이가 많아서 주인공 탐정으로는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불만스럽지만 거장의 황금기 걸작다운 충분한 재미와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명작이라 생각되네요. 저는 무척 즐겁게 읽었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해골성의 도해와 구조를 설명한 사이트가 있더군요. 아주아주 약간의 트릭이 밝혀지니 만큼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읽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둘러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해골 모양이네요^^
PS : 한가지 의문은 미국 작가가 왜 프랑스 탐정을 주인공으로 독일 라인강을 무대로 한 작품을 썼는 지는 조금 궁금합니다. 이렇게 설정하는게 더 있어보였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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