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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움직이는 손가락 - 애거서 크리스티 / 이가형 : 별점 2.5점

움직이는 손가락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해문출판사

폭격기 조종사인 제리 버튼은 전쟁 중 부상을 입은 뒤 요양을 위해 동생 조안나와 함께 황무지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 라임스톡 마을로 이사하게 된다.
이후 버튼이 오래된 책에서 짜깁기한 글자로 이루어진 추잡한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마을에 유사한 편지가 계속 배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고 지내던 중 마을 변호사 시밍턴의 부인이 편지를 받고 자살한 것이 밝혀지자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를 비웃듯, 사건과 관계된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하던 시밍턴 집안의 하녀가 살해된 후 마을 목사 캘드로프의 부인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통찰력을 지닌 미스 마플을 마을로 초대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초기 장편으로 스스로 뽑은 걸작 베스트 10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미스 마플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미스 마플 시리즈는 포와로 시리즈만큼 많이 찾아 읽지는 않았습니다. 추리적인 재미는 강해도 너무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배경이라 흥분되는 요소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헤이스팅스같은 강렬한(?) 화자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괜찮았어요. 책 뒷부분의 해설처럼 로맨스와 추리, 드라마가 적절히 조화되었기에 여사님이 굉장히 즐겁게 집필하였을 거라 생각되며 최소한 재미면에서는 그러한 작가의 노력이 십분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여사님의 로맨스 소설 단편 모음집인 "리스터데일 미스터리"의 확장된 추리 버젼이라고 할까요?

일단 주인공이자 화자로서 상당한 행동력과 매력, 그리고 일종의 "육감"이라는 특징까지 지닌 캐릭터 "제리 버튼"을 통해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화자가 없다라는 약점을 성공적으로 메꾸고 있는 것이 좋았어요. 이 친구가 거의 동물 수준의 육감과 열정으로 사건에서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우면서도 재미있거든요. 그와 마을 변호사 시밍턴의 의붓딸 메건의 로맨스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고요. (제리라는 친구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묘사는 약간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만....)
뭔가 수상쩍고 이상한 구석들이 한가지씩 있는 마을사람들의 묘사도 다양한 용의자를 보여주기 위한 뻔한 전개이지만 설득력있는 묘사를 통해 현실감이 느껴졌고 추리적인 부분도 소박하면서도 반전의 묘미가 잘 살아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거대한 음모나 기계적인 트릭보다는 이렇게 인간 심리에 기대면서도 앞뒤가 잘 맞아 떨어지는 트릭이 훨씬 현실적이고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러나 마플양이 다른 마을로 초대된 탓에 특유의 수다 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특별한 활약이 없다는 것, 그리고 단서가 없이 심증만으로 일종의 연극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결말은 아쉬운 점입니다. 너무 통속적이고 쉬운 해결방법으로 정통 본격물치고는 안이한 결말이라 생각되었어요. 무엇보다 범인이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는데 우연찮게 발생한 다른 사건으로 인해 그러한 범인의 최대 약점이 묻혀 지나간다는 점은 반드시 보완했어야만 하는 부분으로 보이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이 명확해서 여사님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 베스트로 뽑힌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ABC살인사건"이나 "애국살인"이 포함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P.S : 그나저나 읽다보니 예전에 읽은 기억은 들지 않지만 케이블에서 방영했던 "미스 마플" 드라마 시리즈로 접한 작품이더군요. 역시나 범인을 알고 읽게 되니 재미가 좀 반감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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