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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5

소금 - 마크 쿨란스키 / 이창식 : 별점 2점

소금 - 4점
마크 쿨란스키 지음, 이창식 옮김/세종서적

"소금"이 어떻게 인류 문화와 관련되어 왔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문화사미시사 서적. 다양한 음식에 대해 문화사적으로 들여다보는 저작물로 잘 알려진 마크 쿨란스키의 작품입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깊어 아주 오래 전 구입했었지만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책 답게 디테일은 발군입니다. 중국, 유럽과 미국, 그리고 다른 신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로 소금 채취와 무역, 그리고 관련된 다른 산업들과 세금 등의 정책 등을 설명해주는 과정의 깊이가 실로 놀라운 수준이거든요. 특히나 중국 소금 전매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초반부는 미국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자랑합니다. 한자에 대한 설명까지 해 주는 수준이니 말 다했지요. 이집트와 페니키아를 거쳐 지중해 일대로 널리 퍼지게 되는 남부 유럽에서의 염장 문화에 대한 설명, 켈트족들의 염장 문화가 로마로 건너가 제국의 일부가 되는 과정의 소개도 역시 상세하고요.
로마에서는 소금이 급료라는 말의 어원이 될 정도로 제국에 필수적이었다는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는 물론, 여러가지 염장 문화에 대한 설명과 제염소에서 어떻게 소금을 채취하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신기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염장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가룸'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염장 생선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소스인데, 고기와 생선, 야채 요리는 물론 과일에도 몇 방울씩 뿌려 먹었다고 합니다. 우리로 따지면 액젖을 과일에 뿌려 먹었다는건데 솔직히 별로 맛있었을것 같지는 않네요. 로마의 멸망 이후 사라진건 맛이 없었기 때문일 거라는 개인적인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베네치아와 제노바를 거쳐 중세 이후, 어업이 발전하면서 염장 대구와 청어를 위한 대량의 소금이 필요해저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제염소와 암염 채굴을 위한 소금 광산이 어디에 어떻게 생겨나서 유지되는지 설명됩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등 관련된 각 나라의 여러가지 염장 음식이 함께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후 신대륙 미국과 카리브 해의 제염소들에 대한 소개와 근, 현대로 넘어오면서 제염소들이 몇 개의 거대 회사로 통합되고, 제염업도 일반 소금보다는 비료 제조를 위한 가성칼륨 생산에 촛점을 맞추는 등의 변화가 그려지면서 글이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자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재미 측면에서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소금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어장을 발견한게 어떻게 다른 인류 문화, 역사와 이어지는지가 아주 흥미로왔었습니다. 그러나 '소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라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어떻게든 구해서 먹을 필요가 있었다는게 문제입니다. 소금에 세금을 붙이건 말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못 먹으면 죽는거 밀수를 하거나, 아껴 먹거나 했을테니까요. 소금 가격이 움직일만한 거대한 시장의 변동도 특별히 그려지지 않고요. 한마디로 소금 산업에 있어서 그 어떤 발견과 기술 개혁이라도 인류 문화에 영향을 끼친건 없습니다. 이래서야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지요.
게다가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도 눈에 거슬립니다. 미국에 영국 소금을 유통시키기 위한 영국의 노력이 독립 운동을 불러왔다는 식의 설명이라던가, 소금은 경제적 독립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는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모두 맞는 말이기는 하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몇 가지 아이템 중 하나라면 모를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거의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통해 소금 산업의 역사를 전 세계에 걸쳐 상세하게 알려주는 역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재미와 가치를 찾기 힘들었지만 이쪽 산업,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문제는 이미 절판되었다는 건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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