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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영국 장식미술 기행 - 최지혜 : 별점 2.5점

영국 장식미술 기행 - 6점
최지혜 지음/호미

제목과 짤막한 소갯글만 보고<<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비슷한, 제목 그대로 영국의 장식 미술에 대해 시기별로 대표적인 양식과 작품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저자가 영국의 다양한 저택들을 구경다니며 그 저택과 소장품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일종의 기행문이기 때문입니다. 목차도 특정 시기나 문화, 유행에 집중해서 진행되는게 아니라 런던 시내와 런던 외곽을 구분하여 각각 7곳의 저택을 관광다닌 순서대로 나열된 것에 불과하고요.
게다가 방문한 저택들이 모두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소장품도 아주 돋보이는 그런 공간이라고 하기도 조금은 어렵습니다. 대체로 18~19세기 큰 영화를 누렸던 귀족이나 거부의 저택인데 소장된 가구라던가, 도자기 수집품 등의 면면이 아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영국'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저택과 집들의 인테리어와 가구 등이 주로 소개되고 있거든요. 이럴 바에야 한 곳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보다 상세하게 풀어내는게 어땠을까 싶을 정도에요.

물론 개개의 저택과 집들과 방들, 소장품 하나하나 모두가 특색있으면서도 아름다운건 사실입니다. 저자가 클래식 악기와 같은 골동품 전문가인 덕분에, 깊이있는 전문가적인 식견도 곧 잘 눈에 뜨이고요. 예를 들어 자기 컬렉션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 자기 수입품이 마이센 자기로 대체되는 과정과 마이센 자기 최고의 대가인 캔들러라는 조각가에 대한 설명같은 부분이 그러합니다. 여행 동료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서 눈도 즐거우며 이해도 쉽게 되었고요. 이런 설명은 특히 가구들이 상세합니다. 디테일한 관찰이 과연 전문가다왔습니다.
클래식 악기 전문가다운 골동품 악기 설명도 재미있었던 부분입니다. 다른 대 저택들에 비하면 소박한 펜튼 하우스에 소장된 하프시코드, 버지널, 스피너 등에 대해 소개해주는데, 이 악기들 때문에 이 저택을 방문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건축, 소장품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집 주인과 건축가,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가 많은데 1939년에 완공된 비교적 최신 건물로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윌로우 로드 2번지의 경우,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가 건축했는데 이 집이 너무 현대적이라 이를 못마땅했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자신의 작품에서 골드핑거를 악당으로 지었다는 일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녀였지만 몇 번의 결혼을 통해 손녀를 차기 왕위 계승자에 가까운 지위까지 끌어올렸던 출세의 천재인 '베스 오프 하드윅'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싶었어요. 속칭 '혼테크'의 1인자인 셈이죠.
또 도판도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더라도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풀 컬러라는 점도 좋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기대와는 다르지만 이 책만 놓고보면 볼만한 구석이 없지는 않은, 그런 책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장식 미술만을 둘러본 여행기라는 측면에서는, 이런 류의 기행문의 교과서적인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냥 유명 명승지를 둘러보는 기행문보다는 전문적이고 깊이가 느껴져서 괜찮았거든요. 저자의 장식 미술 소개서가 간행되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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