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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 호시노 유키노부 / 김완 : 별점 1.5점

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 4점
호시노 유키노부 글 그림, 김완 옮김/애니북스

좋아하는 작가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 <<요녀전설 1>>은 대실망이었지만 이번에는 항상 평균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던 SF 단편집이라 나름 기대를 했습니다. 대걸작 <<2001>>의 후속작같은 느낌의 제목도 큰 기대에 한 몫 단단히 했고요.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실망입니다. 특히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 탓이 가장 큽니다. 제대로 완결을 맺지 못하고 중도에 연재가 중단된 미완성 작품이거든요. 연재 잡지가 폐간되었다는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만, 작가 후기에서라도 결말에 대해 전해주지 못하는 완벽한 미완성 작품을 돈을 받고 판다는건 좀 비양심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어요. 죽은 작가도 아니고, 엄연히 살아있다면 결말은 정리해서 알려줬어야죠! 그렇다고 미완성인 이야기를 억지로 단행본화할 만큼 멋지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호시노 유키노부의 장기인 Hard SF가 아닌 스페이스 오페라같은 가벼운 액션 활극인데, 특징은 명확하지만 호시노 유키노부라는 이름에서 기대할만한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내용도 평이하고요. 그나마 <<아서월드>>라는 소제목도 있는 것 처럼, 아서왕 전설을 이야기에 깊숙이 연결시켜 전개하는 아이디어 정도만 눈에 뜨일 뿐입니다. '아발론'이라고 명명한 고대 외계인의 우주선 '엑스칼리버'를 손에 넣은 지구인들이 침략자들에 대항해 싸워나간다는 식이죠. 등장인물들도 팬드래건, 랜슬럿, 갤러해드, 퍼시벌, 거웨인 등 친숙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하고요. 솔직히 너무 억지스럽게 가져다 붙인 티가 물씬 나서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요. 결론적으로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이 미완성 작품 외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역시나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체 평균 별점을 내자면 1.5점 정도? 

<<밤의 망망대해에서>>
이전 <<2001>>의 단편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오래전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커크의 후일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월-E'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구형 로켓이 신형과 사랑에 빠져 신세대의 아담과 이브가 된다는 내용이니까요. 대단한 상상력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고생만 한 커크에게 꽤 괜찮은 선물같은 결말이라는 점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진노의 그릇>>
러시아에서 핵전쟁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짤막한 작품. 솔직히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냉전시대에 누구나 상상했었을 그런 이야기를 충실하게 그림으로 옮긴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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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3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2장 분량으로 짤막한 SF 꽁트입니다. 앞장은 기묘한 설정, 뒷장은 그 설정에 대한 반전과 같은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반전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소설로 따지면 '쇼트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소품이라 점수를 주기 애매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포보스 & 데이모스>>
화성의 포보스 기지에서 급작스러운 바이러스에 의한 사고가 발생되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포보스 기지의 바이러스는 포보스 지하에서 채굴한 얼음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는 지구에서 튕겨나온 운석에서 비롯되었다는게 결말입니다. 반전은 이 운석은 공룡 멸종을 가져온 대폭발 때문에 지구에서 튕겨나온 것으로, 멸종하던 공룡들의 공포를 그 사체와 함께 냉동건조하여 담았다는 것이고요.
과감한 SF 적인 발상에 여러가지 과학적 설정이 뒷받침되어 꽤 독특한 반전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호시노 유키노부 스타일의 작품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설득력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그래도 이 정도가 그나마 읽을만한 수준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안개행성>>
행성 화이트 포레스트 2호를 탐사하기 위해 착륙했던 우주선 풀룩스의 통신 두절 후, 구출을 위해 출동한 우주선 카스토르도 행성의 고농도 산소층 때문에 화재를 당해 겨우 착륙한다.
풀룩스의 생존자인 조종사 레크랑을 찾아나선 대원들은 짙은 안개 속에서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나, 이내 기묘한 생물의 습격을 받는다. 행성의 대기를 흡입한 대원 지나는 에어록을 열어 놓은 채 탈출하고, 모든 대원들이 행성의 대기를 흡입한 뒤 서서히 기억을 잃기 시작하는데...


지적인 동물이 나타나 불을 쓰기 시작하면 산소층이 반응해 신경 가스를 내뿜는 방위 시스템이 움직이고, 이 가스를 맡은 생명체는 기억을 잃고 사고력이 쇠퇴해 문명이 멸망한다는 설정이 아주 인상적인 SF. 행성, 또는 숲이 사라지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것이죠. 문명은 발전을 위해 숲을 벌채하기 때문입니다. 설정도 멋지지만, 이야기도 진상을 서서히 드러나게끔 풀어나가고 있어서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노인은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던 선장의 자살 등 곳곳에 멋진 장면도 많고요. 한마디로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제법 눈에 뜨입니다. 우선 외계 문명이 돌로 건물을 만들 정도였다면 불도 진작에 썼을텐데 그 전에 쇠퇴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홀로 우주선에 복귀하여 탈출하는데 성공한 조종사 이언이 필요없는 기억과 정보부터 잃는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요. 우주선 탈출 방법이라던가 조종법은 기억하지만 다른 동료들과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너무 편의적인 발상이죠. 특히 동료의 아들 사진을 보며 소중한 무언가를 잊었다는 식으로 끝내는 결말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수록작들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 이 작품 하나만큼은 찾아서 읽어보실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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