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4 - MOTOHIRO KATOU/학산문화사 |
이전 권은 기대 이하였다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이번 권인 34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미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맨 마지막 수록작인 <<낡은 집>>이 아주 괜찮습니다. 덕분에 별점도 2.5점은 충분합니다.
이야기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소멸 비행>>
신라 박물관에 작가 카가미 요이치가 찾아온다. 그는 1932년, 일본 운카이 운수의 화물 수송 비행기가 추락 후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비행기를 절에서 숨겼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신라가 가진 CMB 반지의 권한을 써 줄 것을 부탁한다. 신라 일행의 조사를 지켜본 주지는, 당시 사고는 운카이 운수 라이벌 회사의 조작으로 일어난 것으로 비행기는 이미 회사에 반환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신라는 동굴 속, 숯으로 흑채를 만들어 숨겨놓은 비행기를 찾아내고 진상을 밝힌다.
비행기 기술자들의 집념을 잘 그려낸 작품. 트릭은 대단치 않으나 합리적이며, 1930년대 시대 상황하고도 잘 맞물린 사건의 전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보잉사처럼 영국 최신 기종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운카이 운수의 사정도 충분히 설득력 넘치니까요.
그러나 무려 7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진상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관계자들도 모두 사망하고, 운카이 운수마저 사라진 상태라면 비밀로 놔 둘 필요가 없잖아요? 주지 스님이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사명을 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마리아나의 환상>>
1946년 아마존에서 마리아나는 일본계 연인 모리오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가 사기를 당한걸 알게 된다. 그리고 현재, 마리아나는 에콰도르에서 '마녀'라는 별명으로 주술적 치료를 행하며 먹고 살고 있는데 일본으로 돌아왔던 칸베 모리오가 그녀를 찾아 에콰도르로 향하고, 모리오의 손자 부탁으로 신라 일행도 에콰도르로 향한다. 1945년 종전 직후, 일본의 승패를 알 수 없던 상황에서 승리파와 패배파가 다툼을 벌여 혼란에 빠졌고, 승리파였던 모리오는 마리아나와 만난 직후 패배파로 돌아섰다는걸 알게된다. 그리고 마리아나의 행방을 추적하여 모리오가 그곳을 방문했다는걸 알아낸다. 마리아나의 보물을 찾으면 모리오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보물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마리아나가 모리오에게 걸었던 마술은, 다름아닌 모리오의 의식을 넓혀 기억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인데 문제는 마리아나에 대한 기억까지 잊어버리게 했다는 걸 알게 된다.
두 편으로 이어진 제법 긴 호흡의 이야기. 이야기는 마리아나의 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리아나의 보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결국 마술은 일종의 기억 상실이고, 보물은 그녀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마을이라는 순애보였다는 내용은 의외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2차 대전 직후, 브라질 일본계 이주민들 사이에서 있었던 분쟁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오지인 탓에 공신력있는 뉴스가 원할히 공급되지 못해서, 심지어 '일본이 승리했다'는 승리파가 다수 존재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러나 에피소드 2편 분량을 할애하여 길게 진행할 정도의 깊이있는 이야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인 탓이에요. 집 뿐 아니라 마을까지도 마리아나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억지가 지나쳤어요 또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낡은 집>>
세토는 회사를 그만두고 연인과 함께 빵집을 차리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다. 운 좋게 집세가 0엔인 집을 구해 수리를 하고 살려고 하지만 마을에서 기묘하고 불쾌한 인상을 받고, 목수들도 모두 집 수리를 거절한다.
의외로 깔끔한 일상계. 시골 마을이나 외국에서 외지인을 배척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괴물 가면을 쓴 범인이 나타나서 입주를 방해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이 딱 그러했으니까요. 그러나 원인은 착해 보이는 집 주인 때문이었다는 진상이 놀랍습니다. 집세를 받지 않는 대신,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은 점을 악용하여 세입자가 집을 수리하게 만든 뒤 쫒아낸 것이지요. 이를 집 주인의 아들이 집의 장미 덤불을 베어 넘기는 등의 기묘한 행동으로 추리해 내는 신라의 활약도 아주 볼 만 합니다.
사람의 선의는 무조건 의심해 봐야 한다는 씁쓸한 결말이지만, 일상계로는 최고 수준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신라가 진상을 눈치채는 단서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나 큰 문제는 아니에요. 별점은 3.5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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