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21세기북스 |
라면 관련 서적은 그동안 꾸준히 읽어 온 책 중 하나입니다. 보통 라면의 유래와 지역별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즉석 라면을 만든 안도 모모후쿠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로 소개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딱히 새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생각 외로 새로운 내용이라 놀랐습니다. 안도 모모후쿠 시점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묘조 식품의 오쿠이 사장이 즉석 라면 시장에 뛰어들어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 그리고 우리나라 삼양 그룹의 전중윤 사장이 라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쳐 오쿠이와 손을 잡아서 기술 이전 등을 받은 끝에 결국 라면을 출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거든요. 제목 그대로 바다 건너 라면을 오게 만든 이야기지요.
때문에 라면의 원료 등은 전혀 상관없는 일본과 한국의 특정 라면 회사의 성장기이며 '즉석 라면 산업' 하나 만을 바라보고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라면 관련 서적과 차별화 됩니다. 오히려 한 때 유행했던 기업 성공담, 기업인 자서전과 더 비슷합니다. 오쿠이와 전준융 사장 두 명의 활약을 비롯하여 건면을 제조하던 묘조 식품에서 라면을 만들기 위해 설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아이디어들, 닛신 그룹의 특허를 벗어나기 위해 묘조 그룹이 최초로 라면 스프를 별도 포장하여 제공했으며, 삼양 그룹이 최초로 들여온 라면 제조 설비는 묘조 식품 것으로 라면 제조 관련 기술은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등 소개되는 여러가지 일화들 대부분이 회사와 라면 산업 성공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삼양 식품의 전중윤이 라면 설비를 들여오기 위한 외화 확보를 위해 김종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장면도 기업인 자서전같다는 인상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좋은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과장된 드라마가 너무 많거든요. 오쿠이와 전중윤 사장 두 명을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대단한 인도주의자로 그리고 있는 것 부터가 그러합니다. 묘조 식품과 삼양 식품의 사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에 가까운 용비어천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에요. 전중윤이 제일 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뒤, 라면 산업에 뜻을 품게 된 계기라는 남대문 시장에서의 꿀꿀이 죽 일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담배꽁초까지 들어 있는 쓰레기 꿀꿀이 죽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걸 보고 충격을 받은게 계기라는데 이를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말았다'고 묘사하는데 과장이 너무 심했어요. 이 장면에서만 이렇게 격한 감정을 드러내었더라면 극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류의 묘사는 이외에도 너무 많습니다. 이래서야 논픽션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죠. 중앙 정보부장 김종필마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능력자로 그려지고 있는 등, 다른 인물 대부분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도 거부감이 들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라면의 역사와는 크게 관계없는, 흔해빠진 비지니스 성공담을 그린 픽션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기도 해서 자료적인 가치도 별로고요. 라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시라도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