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
이 작품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명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TV드라마 - 영화에 이어 소설도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역주행 한 셈이네요.
그런데 소설을 읽고 놀란 것은 드라마와 너무나 다르고 오히려 망작이라 생각했던 영화가 차라리 더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유키호 - 료지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러브라인 자체가 특별하게 그려지지 않다는 점, 료지는 노예와 다름없는 냉혹한 살인자 이미지였고 유키호도 팜므파탈, 악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 료지 1인칭에 가까웠던 드라마에 비해 시종일관 제 3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조한 묘사 모두가 그러했어요. 공소시효가 부각되지 않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범죄 스릴러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잘 결합했던 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소설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에 불과했으니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원래 작품 안에 러브라인의 구축과 묘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 좀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이러한 말랑말랑함을 이전에는 싫어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외려 너무 걷어낸 느낌도 드네요. 마지막에 좀 임팩트있게 감정을 한번 터트릴 것 같았는데 말이죠.
물론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소설로 놓고 본다면 나쁜 작품은 아닙니다. 좋은 작품이죠. 신용카드 사기나 송금사기, 게임 위조 등의 전문적인 분야가 섬세한 디테일로 펼쳐지기 때문에 각각의 에피소드만 가지고도 하나의 괜찮은 범죄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거든요. 드라마에서도 등장한 나미에의 송금사기 사건같은 경우는 그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으니까요. 단 이러한 사기나 범죄가 이야기의 중심과 상관없는 겉도는 이야기였다는 것은 문제이긴 합니다만...
또한 80년대 일본 분위기를 가득 담고있다는 것도 저같은 80년대 키드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더라고요. PC초창기의 모습이라던가 '인베이더', '마리오'의 붐 같은 것들은 묘한 향수를 자아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TV 드라마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 별점은 3점입니다. 흡사 <쇼생크 탈출> 영화를 본 뒤 원작인 스티븐 킹의 <사계>를 읽고 든 느낌이에요. 반쯤은 속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을 전부 파악할 수 있던 것은 좋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감상했다면 원작은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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