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게임 17 - 아다치 미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
최근 완결된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한마디로 매너리즘에 빠진 평균 이하의 작품이더군요. 전작의 인기 요소들만 조합해서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어나간 느낌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면,
- '죽은 소꿉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갑자원에 간다' - "터치"
- '주인공 소녀는 남자 못지않은 운동능력을 지녔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메인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주인공의 조력자로만 남는다' - "카츠"
- '학교의 음모?로 홀대받던 야구 동호인을 모아 팀을 만들고 갑자원까지 진출한다' - "H2"
등의 설정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그 외의 등장인물 역시 전작들의 캐릭터와 거의 동일한 느낌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전작의 인기 요소를 분석해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다른 작가들도 흔히 하는 일이니까요. 또한, 야구 경기 자체의 긴장감은 여전히 살아 있어 몰입할 만한 재미는 충분합니다. 마지막 대결이 상대팀의 초고교급 4번 타자라거나, 갑자원 결승이 아닌 지구 대회 결승에서 150km를 넘는 강속구 투수들이 맞붙는 등의 작위적인 묘사는 여전하지만, 이는 야구 만화의 한계일 수밖에 없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야구 만화 이상의 재미, 즉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개그나 인물 간의 미묘한 갈등, 여운이 남는 감성적인 묘사가 부족했습니다. 라이벌 캐릭터의 비중도 애매하고,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은 점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터치"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즐겨온 팬이라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구 만화'로만 본다면 무난한 수준이지만, '아다치 미츠루 만화'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큽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원로 작가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유사한 사례의 다른 작가들을 생각해 보면 큰 기대는 하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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