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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도박 눈 - 미야베 미유키 외 / 정태원 : 별점 3점

도박 눈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카파 노블스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9명의 작가들이 '50'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내려간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 앤솔로지입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장식한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이렇게 다른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뭉친 앤솔로지는 이전에 <Y의 비극>등을 통해 접해본 적이 몇번 있습니다. 그래서 9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드림팀이라 부를만한 저명한 작가들이나 어떻게 보면 출판사 기획 도서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통 추리 단편이 아니라 작가들이 쓰고 싶은 장르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추리 뿐 아니라 괴담이나 일반적인 드라마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거든요.

그러나 '50'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에 잘 녹여낸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은 좀 아쉽더군요. 아야쓰지 유키토와 미치오 슈스케 작품만이 '50'을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사용했을 뿐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 있으나 없으나 한 설정에 불과하니까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창작한다는게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이왕 쓴다면 좀 더 작품에 잘 녹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50번째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의 몸이 되는 조직의 킬러' 라던가 하는게 떠오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서 3점. 베스트 작품으로는 재미의 <도박눈>, 추리의 <여름의 빛> 두 작품을 꼽겠습니다.

<절단> - 아야쓰지 유키토
화자가 작가 아야쓰지 유키토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생각외로 심리 스릴러 크리처물이라 무척 의외였습니다. '칼질 50번으로 *****의 사체를 50조각 내었다'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범인은 이미 잡힌 상황, 단지 '왜 51조각이 아니고 50조각인지?' 에 대한 의문만을 탐구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명성다운 작품이었달까요. *****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고 이게 현실인지 정상적인 세계인지도 알 수 없는 비현실성 속에서도 느껴지는 서늘함이 일품이었습니다. '50'이라는 키워드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눈과 금혼식> -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 임상 법의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50'이라는 키워드는 노부부의 행복한 금혼식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본격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트릭이 너무나 변변찮고 추리라고 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다도코로 유지의 당일 행적만 경찰이 조사했더라도 금방 해결되었을 사건이라 왜 히무라 히데오가 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거든요. '50' 역시 억지로 끼워맞춘 설정에 불과합니다. 금혼식이 아니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어도 무방하니까요.
한마디로 이 앤솔로지의 워스트. 별점은 1.5점입니다.

<50층에서 기다려라> - 오사와 아리마사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일종의 도시괴담을 이용한 범죄 사기극을 그리고 있죠. 내용은 약간 뻔하지 않나 싶긴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제목 그대로 '50층'을 뜻하는 키워드 '50'이 어거지로 쓰인 것이겠죠. 호텔 50층을 임대하는 비용으로 충분히 사람을 고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키워드를 쓰지 않았더라면 더 괜찮았을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영국 세필드> - 시마다 소지
작가의 명탐정 캐릭터인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작품이기는 한데 추리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를 그린 진지한 인간 승리 드라마거든요.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추리물은 아니더라도 장르문학에 속하는 작품들이니 이 작품 하나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장애인의 인간 승리라는 드라마는 식상하기 이를데 없는 소재이고,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케케묵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역도'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것은 독특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어요 . 키워드 '50' 역시 약간 억지스럽더라도 적절히 사용되었다 생각되고요.
추리적인 요소를 기대했기에 실망하기는 했지만 억지로 추리소설로 끌고나가느니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는 것도 괜찮게 느껴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오래된 우물> - 다나카 요시키
의외의 작가의 의외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장르소설 작가이기는 하나 대작만 주로 써온 작가이기에 단편을 접하는 것 부터가 신선했어요.
작품은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무대로 한 '기묘한 맛'류의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내용인데 한국 작품 <생인손>을 연상시키는 설정도 좋지만 마지막의 애매한 결말도 묘한 서늘함이 정말 최고네요. 뭔가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작중 화자를 통해 설명될 정도로 키워드 '50'을 억지로 사용한 것은 단점이지만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것도 괜찮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여름의 빛> - 미치오 슈스케
요새 미치오 슈스케 작품을 많이 읽게 되네요. 초등학생이 마을 들개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보다 밝은 분위기에 복잡하지 않은 깔끔한 전개가 돋보이며, 초등학생은 알지 못하는 카메라 용어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만들어 준다는 트릭이 적절하게 작품에 녹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 미치오 슈스케가 요새 잘 나가는지 알게 해 주는 단편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도박눈> -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로 정통 괴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간장도매상 오미야에 찾아온 괴이한 요괴 '도박눈'을 퇴치하는 이야기인데 에도시대 정취가 한껏 느껴지면서도 요괴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끌어가는 초반부 이후 마을 신사의 고마이누를 통해 퇴치방법을 알게 되고, 퇴치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으며 마지막 결말로 달려가는 전개가 너무나 흥미진진했거든요. 이런 류 이야기의 교과서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 이 앤솔로지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하늘이 보낸 고양이> - 모리무라 세이이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최근작은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분위기는 고전적인데 중간중간에 인터넷같은 소재가 등장하는게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그러나 간만의 작품인데 실망이 컸습니다. 속옷도둑 - 노숙자 - 갓 상경한 청년이 살해된 여성과 얽히는 과정이 모두 우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추리의 과정 없이 경찰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는 것에 불과한 등 별로 건질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트릭에 강한 작가는 아니긴 하나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미래의 꽃> -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시리즈 단편으로 병원에 입원한 구라이시 검시관이 협조 요청차 찾아온 경찰이 전해준 자료와 사진만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작품입니다.
단서와 제공도 공정하지만 내용도 그럴듯하고 설득력이 있는 등 괜찮은 편이었어요. '50'이라는 키워드의 사용이 억지스럽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평균 수준은 되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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