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와 클로버 세트 1~10(완결) - 우미노 치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35. 허니와 클로버 (우미노 치카, 2000)
초반부 출간당시 정독하다가 후속권 출간이 늦어지며 잊어버렸던 만화인데 이후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며 완독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완독 결심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블로그 지인 '대산초어'님의 리뷰였죠.
등장인물 모두가 짝사랑을 한다는 독특한 설정에 적절한 유머가 조합되어 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묵직한 인간적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대산초어님 표현대로 '두터운 당의를 두른 꽤 쓴 약 같은 만화' 가 이 만화를 가장 잘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나이 30대 후반에 읽기에는 '꽤 쓴 약' 부분이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었어요. 제일 큰 어른으로 나오는 교수님조차 지금 제 나이보다 한참 아래이니 그보다도 아래인, 20대 중후반 청년들의 사랑 이야기가 제게 와 닿을리가 없죠. 진지한 각자의 감정의 표현조차도 어린아이들의 응석처럼 보였거든요.
모두가 함께했던 시간이 추억이 되어버린 아쉬움에 대한 묘사 역시 절친이라도 1년에 한두번, 그것도 경조사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현실에서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죠. 그 외에도 제 나이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청춘의 푸념이 작품에 넘쳐나 거북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의 갭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는 있는 만화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작가 우미노 치카의 섬세한 감정표현은 독자를 압도하고 등장인물 대부분이 결국 사랑에 실패하지만 세상 그 어떤 일이라도 의미가 있다라는 끝맺음은 짙은 여운을 남기니까요.
그리고 저 역시 미대를 나왔기 때문에 즐길거리가 더 많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학교를 택한 탓에 주변의 천재들에게 좌절하고 결국 미술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된 저와 다케모토의 모습이 많이 닮아 보이기도 했고, 과 전시회를 위한 밤샘, 졸업작품 제작에의 전쟁같은 체험 모두가 제 추억과 함께하는 것들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지금의 제가 읽기에는 너무 감성적으로 젊은 작품이라 작품에 넘치는 감정의 폭발이 부담스러운 감이 있기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임은 부인할 수 없죠. 제가 미대를 다닐 때 이 작품을 접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지나간 시간이 원망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