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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 정태원 : 별점 3점

붉은 오른손 - 6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해문출판사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주도하는 독서클럽 "고등고등열매"에서, "허무에의 제물"에 이어 두 번째로 읽어야 할 작품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평도 좋았지만, 에드워드 D. 호크의 멋진 서문, "만일 당신이 지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부터 당신이 겪을 경험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라는 문장 때문에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그런데 실제 작품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반전 스릴러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먼저, 스릴러적인 성향은 화자인 해리 리들의 수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해리 리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독자가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들어 서스펜스와 스릴러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진상이 상당히 놀라와서, 작품을 반전 스릴러로 평가해도 무방하도록 해 줍니다. 메모 하나하나, 대화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담고 있을 정도로 결말을 위한 복선도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요.

그러나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범행이 지나치게 우발적이며 우연에 의지하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마을에서의 폭주 장면 자체가 다소 무리한 설정이었습니다. 경찰이 존재하는 작은 마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졌고, 이후 세인트에이메의 시체가 발견되었지만, 그 시체가 사실은 다른 사람(두 손가락 피트)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또한, '두 손가락 피트'의 눈 색깔이 우연히 검은색이었다는 설정도 개연성이 부족했고, 범인이 해리 리들 앞에서 우니스테어를 살해했는데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시체가 한 구 더 필요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해리 리들이 사실은 범인이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방식도 작위적입니다. 한두 번 정도 암시하는 수준이었다면 효과적이었겠지만,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반전의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전개와 묘사 전반에서 낡은 느낌이 드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시대적 한계를 감안해야겠지만, 오늘날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구식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분명 시작부터 마지막 반전과 진상까지 잘 짜인 작품이며,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퍼즐 미스터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러 존경할 만한 작가들과 평론가, 애호가 선배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의 작품인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제 내공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해문 출판사와 정태원 씨가 고전 추리 소설을 발굴해 준 노력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단, 최근 본 책들 중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디자인이 후진데 다음에는 책의 디자인도 신경을 좀 써 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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