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 |
소에키다 렌 - 가에데 남매는 계부인 무쓰오를 증오한다. 이웃에 사는 다쓰야 - 게이스케 형제 역시 새어머니 사토에에게 반항하던 상황. 그러던 중 우연히 무쓰오가 살해당했고, 렌은 어쩔 수 없이 사체를 유기했다. 하지만 유기하는 장면을 다쓰야 형제에게 목격당한 뒤, 다쓰야와 동창생인 가에데에게 협박장이 날아왔다. 렌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 것을 결심하는데...
"섀도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접했던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입니다. 제목이 굉장히 멋진데, 원제는 단순하게 "龍神の雨"더군요. 원제보다 번역된 제목이 내용을 더 잘 드러내면서도 세련된 경우는 드문데, 이번 작품이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정교한 트릭보다는 첫 사건인 무쓰오 살해 사건이 벌어진 후 사체 유기, 그리고 범행 현장이 목격되어 협박장이 날아오는 전개가 긴박하게 진행되어, 계속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는 점에서요.
추리적으로도 무쓰오 살해 사건에 대한 여러 트릭과 사체 유기 과정에서의 디테일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끊임없이 던져지는 다양한 단서들이 나중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잘 짜여져 있어서 추리 애호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다쓰야 형제의 어머니가 사고사한 것에 대한 나름의 추론 역시 하나의 독립적인 소품으로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결손 가정"이라는 가족 내 문제를 작품 속에 심도 있게 도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도 인상적이며,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축축하고 음울한 분위기 역시 작품 전반에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경관혐오"를 읽을 때와 비슷한, 뜨겁고 끈적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특히 "섀도우"와 비슷한 단점이 반복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히 '진범'의 정체가 너무 뜬금없습니다. 물론 작품 속에서 단서와 복선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었지만, 독자가 이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묘사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반전을 위한 장치일 뿐, 공정한 전개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굳이 남매와 형제를 얽어놓기보다는, 진범의 정체를 좀 더 정교하게 풀어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렌 남매와 다쓰야 형제를 연결하기 위한 설정이 다소 무리하게 느껴졌고, 마지막에야 소에키다 무쓰오라는 남자의 진심을 렌이 이해하게 되는 전개, 그리고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서 전철 치한의 정체를 듣게 되는 과정 등은 다소 작위적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 모두 "섀도우"에서도 느꼈던 단점들과 유사합니다.
전체적으로 태풍과 비라는 요소를 강조하며 상황을 연출하는 방식도 다소 과했으며, 특히 후지공주와 야마타노오로치 전설까지 엮은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스릴과 서스펜스는 대단하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확실한 작품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도 분명하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것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화된 적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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