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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얼어붙은 섬 - 곤도 후미에 / 권영주 : 별점 3점

얼어붙은 섬 - 6점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시작

찻집 호쿠사이야를 운영하는 아야메와 나쓰코, 찻집 단골손님 토끼군, 나쓰코의 애인 무쓰군 등 여덟 명이 여행을 떠났다. 세토 내해의 무인도 별장에 도착한 다음 날, 아야메의 정부인 도리코의 아내 나나코가 밀실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이후 그들은 연쇄 살인의 회오리에 휘말리는데...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곤도 후미에의 데뷔작입니다. 줄거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정통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물입니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작위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진부하고 뻔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여성 작가다운 섬세한 심리 묘사에 더해, 화자가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서술 트릭적인 장치가 녹아 있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또한,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이라 좋았습니다. 어중이떠중이들로 구성된 여행객들 사이에 명탐정이 한 명 있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릭도 괜찮은 편입니다. 첫 번째 밀실 살인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이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건의 트릭도 논리적으로 타당했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과 잘 맞아떨어지는 현실성이 돋보였으며, 단서 제공도 매우 공정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행이 섬에 갇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쿠 씨의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행동과 예상치 못한 날씨 때문이었다는 점, 이후 벌어진 살인 역시 우발적이고 운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건의 동기가 애매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왜 죽인 걸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 정도였습니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한 트릭 역시 결국 정상적인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쉽게 밝혀질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첫 번째 나나코 살인 사건 발생 후 일행이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을 불렀다면? 구부러진 열쇠라는 단서, 모두의 알리바이와 동기를 조합하면 범인은 금방 밝혀졌을 겁니다. 그렇다면 범인이 굳이 무인도까지 와서 사건을 벌인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차라리 도시에서 사고로 위장하는 것이 훨씬 손쉬웠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특유의 작위성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낡은 설정을 뛰어넘을 만한 특별한 요소를 찾기도 어려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입니다. 다른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물과 달리 트릭에 매몰되지 않고 이야기 전개를 이치에 맞게 풀어가는 솜씨는 데뷔작이라는 점을 잊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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