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생각의나무 |
애드거 앨런 포를 잇는 미국 장르-환상-고딕-호러 문학의 귀재이자 기인인 앰브로스 비어스의 대표 단편선입니다. 최고의 문학 형식은 단편이라는 포의 말을 따르듯 짤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야 익히 알고 있었고 작품도 많이 들어왔기에 너무 늦게 읽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크게 전쟁소설 -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 에서부터 전형적인 괴담 - <막힌 창>, <표범의 눈>, <이방인> 등 -, 일상계 호러 - <인간과 뱀>, <덩굴> 등 -과 크리처 물 - <요물> - 등 너무나 다양한 작품이 실려 있기 때문에 장르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좀 힘들지만 대체로 환상 호러 소설이라고 보는게 적합하겠죠.
그런데 정말 기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10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뭔가 마약에 취한 듯한 정경과 분위기 묘사들도 일품이었고 말이죠. 또 귀족적이고 근대에 가까운 스타일과 묘사가 많은 고딕 호러의 느낌보다는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척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체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마크 트웨인이 호러소설을 썼다고 여겨질 정도였어요.
마지막의 서늘한 반전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은 것은 현대의 '기묘한 맛' 류의 선구자로 생각되기도 했고요.
상세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실린 작품들이 너무 많고 모두가 빼어난 맛이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몽환적이고 서술이 복잡한 작품들보다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포와 함께 나름의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 좋더군요. <개기름>, <시체를 지키는 사람>, <인간과 뱀>, <덩굴>, <요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등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시체를 지키는 사람>은 시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는 내기의 황당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인데 나름 제 식으로 변주해서 풀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어요. 크리처물 <요물>은 현대 유사 컨텐츠의 원형을 제공한 듯한 발상이 좋았고요. 투명 괴물이라니!
한마디로 장르문학, 특히 호러 팬이라면 당연히 봐야 할 작품집이 아닐까 싶네요. 책도 아주 이쁘게 나와서 마음에 들고요. 제가 호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만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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