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애청자이고 과거 WWE도 열심히 챙겨보았던 프로레슬링 애호가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던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방영되었던 훈련과정에서 보여지는 어설픔, 안전불감증은 계속 눈에 거슬리던 차에 오늘 경기에서의 모습은 정말 불편하고 불쾌했어요.
갈비뼈에 금이갔다는 손스타씨나 허리 통증이 있는 정준하씨는 그래도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어느정도 처치도 받았다고 칩시다. 그러나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정형돈씨는 정상이 아니듯 계속 토하고 있는데 의료진이 돌보는 모습 없이 경기를 강행시킨다? 정형돈씨의 의지가 아무리 강했더라도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취소하고 정형돈씨는 병원으로 보냈어야 합니다. 현장에 의료진이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죠.
이후 싸이의 연예인 노래 가사에 맞춘 교차편집으로 감동 자아내려는 시도는 정말 역겨웠어요. 이 장면에서 '감동적이었다'라는 시청자들도 많긴 합니다. 그러나 정형돈씨 아내나 친지, 친구가 봐도 이 방송이 감동적이었을까요? 아마 내 가족이 그러고 있으면 분명 말렸을거에요.
물론 시합은 모두 정상적으로 끝났으며 정형돈씨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죠. 만약 의료진이 정말로 없었다던가, 있었다 하더라도 정형돈씨에 대한 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채, 아니면 치료와 더불어 레슬링 불가 진단이 있었음에도 시합이 강행된 것이라면 김태호 PD는 PD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겁니다. 왠만한 징계는 시원치 않을 정도의 위험한, 제가 보기에는 '살인미수'에 가까운 행위였어요.
또한 세계 최고, 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에서도 시합 중 사고로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데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WWE에서조차 위험하다고 금지되었었던 기술을 태연히 쓰는 장면 모두 제작진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뭐 애시당초 기획 자체가 무리였죠. 1년을 수련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1주일에 4시간정도 할애했다고 해도 200여시간, 그들이 주장하는 "평균이하"의 예능인들이 위험한 프로레슬링을 수련하기에 턱도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실 이들이 완벽한 프로레슬링을 할 필요도 없었죠. 예능과 프로레슬링의 적절한 조화를 지향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나마도 전문가에게서 제대로 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죠. 손스타씨가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전문성 측면에서는 UFC 진출한다고 하면서 연예계 최강 주먹이라는 김창렬한테 교습받는거하고 뭐가 다릅니까? 결국 기본기는 없이 매니아가 좋아하는 화려하지만 위험한 기술만 가득찬 살인행위가 되 버렸어요.
하여간 이래저래 찜찜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예능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평균이하 예능인들의 "도전"을 주제로 삼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도전"은 "도전" 그 자체로 멋지고 훌륭하지 꼭 어떤 결과를 빚어내야 하는건 아닙니다. 두경기나마 멋지게 진행했다면 관객과 시청자 모두 납득할 수 있었던, 충분히 성공한 도전이었다 생각되기에 마지막 경기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네요.
모쪼록 애청자로서 앞으로도 마음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안전관련 대책과 정형돈씨 출전 관련해서는 김태호 PD의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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