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 Pluto 8 - |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아톰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신 세계 제일의 로봇 수사관 게지히트를 주인공으로 한 사회파 수사물 분위기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사의 과정도 합리적이며, 게지히트 본인에게 있었던 과거의 아픈 경험이 현재의 사건들과 겹쳐지며 벌어지는,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로봇의 고뇌’도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 흑막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 역시 원작팬도 납득할만 한, 최고의 반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작 "지상 최강의 로보트"의 핵심인 플루토와 최강 로보트들 간의 격투, 그리고 아톰이 주인공인 후반부는 별로였습니다. 로봇들 간의 격투는 원작에 비해 너무 심심했기 때문입니다. 리얼한 SF스릴러라는 작품 성격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화끈함을 선사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후반부에 밝혀지는 음모의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보라’가 거의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데 구태여 플루토에게 먼저 복수를 시킨 이유, 갑작스러운 플루토의 변심(?) 등이 별로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지 않은 탓입니다.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불필요하고 복잡하게 꼬아놓고, 애매하게 넘어가는 부분들도 거슬렸으며 '이라크전'을 풍자하는 듯한 설정은 너무 노골적이라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게지히트가 주인공인 부분만큼은 최고의 SF 하드보일드 스릴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추리물'로 분류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작중에 등장하는 '거액을 받고 불가능한 수술을 실현하는 일본인 무허가 천재 외과의사'를 비롯해서 텐마박사, 오챠노미즈박사, 반 슌사쿠 등 많은 데즈카 오사무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로보트의 감정이라는 어려운 테마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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