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0/09/30

범죄수학 - 리스 하스아우트 / 오혜정 : 별점 3점

범죄 수학 - 6점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Gbrain(작은책방)

주인공인 수학천재 라비가 지방검사인 아버지, 시카고 경찰국의 돕슨 과장 등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13편의 단편이 수록된 수학 추리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수학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인 책으로 이렇듯 수학을 알기쉽고 재미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작품은 그동안 몇편 보아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리'와 접목시킨 결과물은 <왓슨. 내가 이겼네!>라는 작품이 있기도 했고요. 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이러한 책의 핵심은 수학을 추리적인 요소에 잘 녹여내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단은 절반정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 과 <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두 편은 수학을 이용한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절묘하게 구현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약간만 내용을 보강한다면 추리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 외의 이야기에서도 도박에서의 확률 계산 같은 요소는 괜찮았습니다. 충분히 다른 곳에 써먹음직한 아이디어였어요. 물론 추리적으로 별로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수학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분명히 있었고 말이죠.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모든 이야기들이 수학적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 물론 수학을 설명하는 내용도 재미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도 재미있고 트릭으로 성립은 하지만 수학적으로 그것을 독자에게 설명하는데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은 추리물 창작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한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미드 <넘버스>를 보면서 들은 느낌과 약간 비슷해요. <넘버스>는 반대로 '수학'에 대해 너무 설명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고, 이 작품은 너무 설명이 방대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인데 결국 창작자는 이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수학'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정말 좋은 추리물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은 들게 해 주었지만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더욱 고민해야겠습니다. (그 전에 수학부터 제대로 완성해야 할텐데...)

빛나는 아이디어도 있고 재미도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추리애호가보다는 수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보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
희귀종인 흰머리 독수리를 잡아간 범인을 잡기 위해 근처에서 운동하던 두명의 선수가 스쳐지나간 시간과 각자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을 토대로 계산하여 거짓 증언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추리물에 곧바로 적용해도 괜찮은 수준의 이야기였다 생각합니다. 수학적인 공식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 책에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거든요.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도 좋아서 Q.E.D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사장 슬릭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동기가 도박의 확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등장하는 도박은 '100장의 카드 중 55장은 성공 / 45장은 실패' - '참가자는 항상 판돈의 절반을 걸고 카드를 뒤집어 '성공'이 나오면 돈을 따고 '실패'가 나오면 돈을 잃는다' - '모든 카드를 다 뒤집어야 게임이 끝난다' 라는 것이죠. 수학적인 설명을 통해 '성공'이 64장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조금 응용하면 카드 배틀물에 써먹음직한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폭설이 내린 날, 유력한 보석강도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눈이 내린 시간을 알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제설차가 오전 6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서 처음 한시간 동안 4블록을 이동하고 그 다음 한시간 동안에는 2블록밖에는 이동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미적분을 동원하여 눈이 처음 내리기 시작한 시간을 밝혀냅니다. 알리바이 깨기의 수학적 응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백만점을 주고 싶을 만큼 좋은 아이디어로 보이네요. 좀 어렵긴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