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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악마같은 여자 - 토마 나르스작 외 / 양원달 : 별점 3점

 

악마 같은 여자 - 6점
토마 나르스작 외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디아볼릭"이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이죠. 이쪽 바닥에서는 유명한 작품인데 프랑스 쪽 소설은 뤼뺑 시리즈말고는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스킵하고 지나갔지만 동서 추리문고의 꾸준한 할인행사 덕분에 결국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하고 보니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악마같은 여자" 보다 같이 실려있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쪽이 더 길고 비중있는 작품이라 황당했습니다. 제목이 바뀌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건, 일단 "악마같은 여자" 이야기부터 하자면, 이 작품은 낚시 전문 샐러리맨 라비넬이 정부 뤼세느와 공모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받으려고 하는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라비넬은 결국 시체 유기까지 성공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라비넬은 폭주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유명한 작품이긴 한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큽니다.

제일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영화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겠죠. 중반 이후부터는 결과가 빤히 보여서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차피 "제목" 이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이기도 한 탓에 영화에 대한 내용을 몰랐다 하더라도 결국 눈치챘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또한 결국 범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될까라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좀 약하더군요. 라비넬이 소설과 같은 의도된 결말로 폭주할 것일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잖아요. 물론 라비넬의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심리 상태를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합니다.그러나 독자는 알지만 범인은 모를 수 밖에 없는 그야말로 1인칭 시점의 이야기라서 썩 와닿지 않았으며 (중간에 뤼세느가 잠깐 라비넬을 만나긴 하는데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심리묘사 역시 너무 지나쳐서 읽는데 좀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참고로, 이러한 프랑스 소설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디테일한 묘사는 제가 프랑스 추리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납니다. 너무 장황해요. 도대체 라비넬의 "파리낚시" 이야기는 왜 나오는건지도 모르겠다니까요... 그리고 라비넬 심리묘사와 반대로 팜므 파탈에 대한 묘사가 애매하고 부족한 것 역시 감점 요소였고요.

한마디로 소심남이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대형 사고를 쳤다가 파멸하는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다 유머스럽게 블랙코미디로 갔더라면 더 제 취향이었을 것 같은데, 뭐 시대가 너무 흐른 탓도 크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노엘 칼레프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역시 영화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죠. 사실 아주 오래전에 "하서 출판사" 판본으로 이미 읽은 작품이긴 합니다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줄거리는 반쯤은 사기꾼인 주인공 줄리앙 크르트와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꾸며 고리대금업자 볼그리를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깜빡한 마지막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무실로 되돌아가다가 엘리베이터에 갖히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사건은 여기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죠. 일단 줄리앙의 아내와 가족의 분란에서 시작해서 줄리앙의 차를 훔쳐탄 한 연인의 범죄행각 등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거든요.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란스럽고 유쾌하다는 점, 그리고 전혀 다른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는 관계 속에서 하나의 결말로 흘러간다는 점이 굉장히 현대적이고 영화적이라서 인상적입니다. 정말 "영화" 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한 사람들의 심리묘사 등이 프랑스 소설이지만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에 딱 어울리는 수준이었어요. 단, 중간에 등장하는 두 연인 -프레드와 테레즈- 의 묘사가 "셸부르의 우산"류의 신파 멜로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좀 별로였습니다. 두 연인의 존재가 작품의 결말에 필요 불가결했던 부분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만요...

"악마같은 여자"와 비교하자면, 수렁에 빠진 남자의 원맨쇼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훨씬 제 취향이었달까요. 뭔가 타란티노 영화가 연상되는 것이 시대가 흘렀지만 현대적인 느낌도 전해주며, 지옥행 급행 (정말이지 초특급!) 열차를 타는 줄리앙의 모습이 통쾌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두 작품 평균한 이 책 전체의 별점은 3점으로,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며 두 작품 모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 스릴러 물에 가깝긴 하지만 이 책 한권이면 1950년대 프랑스 추리소설의 진수이자 장, 단점을 맛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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