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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8

약속의 땅 - 로버트 B 파커 / 최운권 : 별점 2점

약속의 땅 - 4점
로버트 B.파커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사립탐정 스펜서는 사업가 허브 세퍼드로부터 집을 나간 아내 펨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스펜서는 몇가지 조사를 거쳐 그녀의 거처를 알아냈지만, 그녀가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함께 지내며 자발적 의사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걸 알고 그녀의 거처를 남편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펨이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남편인 허브도 스펜서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해결사 호크와 연관된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두 명에게 닥친 수난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TV 시리즈로 더욱 친숙한 "탐정 스펜서" 시리즈 장편입니다. 저는 방영 당시에 시청한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겠죠? 책 역시 영상화 된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탐정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펄프 픽션이죠.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사립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스릴이나 긴장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탓입니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하고, 주인은 별다른 위기없이 생각한데로 일이 착착 진행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스펜서의 일당인 100불은 정말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나마 스펜서의 수사와 행동에 설득력이라도 좀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호크가 스펜서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도 전형적이고 뻔하게 흘러가며,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해서 의외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가 인기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지만, 장편소설 분량으로 끌어가기에는 매력이 부족했습니다. 메인 악당도 찌질한 모습으로 긴장감을 불러오는데 실패했고요.

그래도 완전히 졸작이다, 재미가 없는 지루한 작품이다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독특한 매력은 가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제일 큰 매력은 역시나 주인공 "탐정 스펜서"입니다. 전직 헤비급 프로 복서다운 강인한 육체에 굉장한 독서량을 통해 세련되고도 유머스럽고, 정곡을 찌르는 시니컬한 화술을 갖추고 있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입니다. 속된말로 "청순한 글래머"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만의 인생관, 약점과 실수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꽤 생동감 넘치는, 실존하며 바로 옆에 서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친구 비슷한 존재인 흑인 호크도 상당히 독특해서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상세한 묘사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펜서가 오징어 튀김을 먹는데, 피망을 튀김 칼집 사이사이 끼워주는 세심함을 눈치채고 그 주방장의 사람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짤막하지만 그럴듯한 묘사처럼요. 

하지만 단점이 더 많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MWA(미국 추리작가 협회) 장편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지나친 통속성 탓에 명성에 값하지는 못했네요. 이 시리즈를 더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TV 시리즈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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