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 로버트 B.파커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
사립탐정 스펜서는 허브 세퍼드라는 사업가로부터 집을 나가버린 아내 펨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를 수락한 스펜서는 몇가지 조사를 거쳐 그녀의 거처를 알아내지만 그녀가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함께 지내고 스스로 자발적인 의사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거처를 남편에게 알려주지는 않으며 사건 조사를 중단한다. 그러나 펨이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남편인 허브 역시 스펜서가 평소 알고 지낸 해결사 호크와 연관된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뒤, 두명에게 닥친 수난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TV 시리즈로 더욱 친숙한 "탐정 스펜서" 시리즈 장편입니다. 저는 방영 당시에 시청한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겠죠? 책 역시 적당히 팔려주었더라면 영상화 된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탐정물이더군요. 그야말로 펄프 픽션이죠.
때문에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사립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어떤 스릴이나 긴장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큽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할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는 별다른 위기도 없고 생각한데로 일이 착착 진행되어 사건 해결에 이르는, 그야말로 만사형통이거든요. 별로 하는일도 없이 너무 쉽게쉽게 해결을 하니까 주인공 스펜서의 일당인 100불은 정말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그나마도 스펜서의 수사와 행동에 설득력이라도 좀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호크가 스펜서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게 흘러갈 뿐 아니라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해서 의외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뻔한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인기의 원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장편소설 분량으로 끌어가기에는 매력이 부족한 이야기구조가 였어요. 메인 악당도 찌질한 모습 탓에 긴장감을 불러오는데 실패하고 있고 말이죠.
그래도 완전히 졸작이다, 재미가 없는 지루한 작품이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나름의 독특한 매력은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제일 큰 매력은 역시나 "탐정 스펜서" 라는 주인공이죠. 전직 헤비급 프로복서의 육체에 굉장한 독서량을 통해서 갖춘 세련되고도 유머스럽고 정곡을 찌르는 시니컬한 화술을 갖춘, 속된말로 "청순한 글래머"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나름의 인생관과 약점과 실수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실존하는 듯한, 바로 옆에 서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인물로 창조해 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친구 비슷한 존재로 그려진 흑인 호크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라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덧붙여 굉장히 세심한 부분에서 디테일한 묘사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펜서가 오징어 튀김을 먹는데 피망을 튀김 칼집 사이사이 끼워주는 세심함을 눈치채고 그 주방장의 사람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짤막하지만 그럴듯한 묘사가 곳곳에 넘쳐나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기에 전체적인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MWA (미국 추리작가 협회) 장편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지나친 통속성 탓에 명성에 값하지는 못했네요. TV 시리즈나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볼까 생각은 들지만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더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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