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
가가 형사가 주인공인 단편집. 모든 단편들이 중년 이혼녀 살인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각각 작게나마 연관되어 있는 - 가가 형사가 수사 도중 선물하고 다니는 선물이 두 번째 단편에 등장하는 닌교야키나 다섯 번째 가게의 케이크라던가, 일곱 번째 단편에서 피해자 전남편과 술을 먹는 가게가 두 번째 단편의 주 무대라던가 하는 식이죠 - 연작 단편집입니다.
추리적으로는 모순된 증언을 밝힐 수 있다면 아무리 기묘해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점에서(예를 들자면 케이크 가게와 피해자 아들을 연결시키는 진상 같은 부분) 홈즈의 귀납 추리법이 떠오르는데, 고전 추리물 애호가로서 정말이지 무척 반가왔습니다. 이러한 추리법이 다양한 지역 주민들의 모순된 증언 이면의 진실을 파헤친다던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단순한 진실을 밝혀낸다는 일상계 작품에 사용되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실제로 있음직한 소소한 사건을 셜록 홈즈가 풀어가는 느낌이랄까요?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는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꼬여있던 인간관계가 해결된다던가, 감정의 응어리가 풀린다는 치유계스러움, 피해자 아들 고우키의 성장물 스러움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고우키가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에서는 잔잔한 감동도 전해주고요.
덧붙이자면, 실존하는 지역인 니혼바시 고덴마쵸의 여러 가게들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었어요. 약간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듭니다. 저도 지역 특산물이라는 닌교야키나 아몬드 푸딩 위에 패션프루트 젤리를 얹은 젤리는 한번 사 먹어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러나 몇몇 이야기는 비약이 심하고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해주지 않으며, 중반부까지의 이야기, 즉 지역 주민들의 거짓 증언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많이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아무리 고집이 세고 입이 무거워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앞에서 태연하게 거짓 증언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피해자의 자금 관계를 조금만 철저하게 조사했더라면 보다 쉽게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수사가 발품, 탐문으로만 진행된 것도 납득하기는 어려웠고요.
그래도 결론은 수작입니다. 재미와 함께 추리적인 요소도 잘 갖추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가가 형사 시리즈는 묵직한 정통 추리물 + 복수극 느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뿐이었는데, 아주 상반된 분위기라 의외였지만 저는 이쪽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드네요.
수록작 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센베이집 딸"
용의자의 옷차림에 대한 증언과 가가 형사의 관찰(거리를 지나다니는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바탕으로 비약이 심하지만 논리적인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고전 추리 스타일이라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그러나 살인사건이라는 강력 사건 수사 앞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라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별로 없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릿집 수련생"
피해자의 집에 있던 닌교야키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사건과는 하나도 관계가 없다는 점과 추리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실제 있음직한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된 주방 가위를 사기그릇 가게 고부갈등과 연결시킨 작품. 식사용 가위라는 말을 주방 가위로 오해했을 것이라는 진상을 시어머니의 여행과 연결시킨 전개가 깔끔합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일상계가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케이크 가게 점원"
피해자가 자주 들린 케이크 가게 - 피해자가 갑자기 연고도 없는 고덴마쵸로 이사 온 이유 - 피해자의 아들이 동거하는 연인의 집이라는 연결고리를 풀어내는 이야기. 철모르는 피해자 아들 고우키의 인간적인 성장이 돋보입니다. 피해자가 이사 오게 된 계기가 순전히 우연이었다는 점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나, 은행이 많다는 묘사를 통해 공정하게 독자에게 정보를 전해준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번역가 친구"
시체를 발견한 피해자 친구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이야기가 중심으로,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치유계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의 사기그릇 가게에서의 증언이 주요 소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연작물 특성을 많이 보이는 것도 특징이고요. 드라마는 잔잔하니 좋은데, 추리적으로 별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청소회사 사장"
피해자의 전남편이 등장하여 가족 간의 응어리를 풀어낸다는 작품으로, 역시나 치유계입니다. 반지에 대한 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추리물로 보기는 좀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민예품점 손님"
유일하게 한 편으로 완결되지 않는 작품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위한 복선 및 정보 제공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별점을 단독으로 주기는 좀 애매하네요.
"니혼바시의 형사"
범인을 밝혀내는 대단원 격인 작품으로 전편인 "민예품점 손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는 좋은데, 진상과 동기가 너무 평범해서 앞부분의 수사가 왜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 조금 맥이 빠집니다. 그래도 흉기를 찾아내는 부분이 현실적이면서도 정교해서 괜찮았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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