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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3

토로스 & 토르소 - 크레이그 맥도널드 / 황규영 : 별점 2.5점

 

토로스 & 토르소 - 6점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북폴리오

실제 인간을 토르소(torso, 목과 팔이 없는 조각 작품)처럼 다루는 엽기적인 살인극이 1935년부터 1961년까지 30여년의 긴 세월 동안 펼쳐진다. 이 살인극에는 인기 범죄소설 작가 헥터 라시터가 깊숙히 개입해 있는데...

국내 최대의 추리 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의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된 작품입니다. 리뷰에 앞서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범죄 소설가 헥터 라시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1935년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1937년의 스페인, 1947년의 헐리우드, 1959년의 쿠바의 단락으로 나뉘며 각 단락별로 아직까지 육상에서의 중심기압 기록을 가지고 있는 1935년의 태풍 상륙, 1937년의 스페인에서의 프랑코에 대항한 내전, 1947년의 "블랙 달리아"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과 함께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초현실주의 연쇄살인사건이 얽혀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제 사건들에다가 헤밍웨이와 오손 웰즈, 리타 헤이워드 등 당대 실존인물들도 이야기에 한몫 단단히 하기 때문에 팩션 느낌도 강하게 나는데 작가의 자료 조사가 장난이 아닌 듯 정말로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미술사적인 시점에서의 그림 묘사들도 디자인 전공자로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그러나 팩션적인 재미 외의 범죄 소설로의 재미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핵심인 "블랙 달리아" 사건에서 작가가 상상한 이른바 "초현실주의 연쇄 살인사건"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져요. 예를 들자면 작가 스스로 초반의 살인사건은 엄청난 무게의 기계장치들을 언급하며 범인이 현장까지 그러한 것들을 나르고 나머지 잔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그 방법이 전혀 설명되지 않는 식입니다. 이건 너무 부실하죠.
게다가 "블랙 달리아" 사건은 팩션 치고는 너무 각색을 했더군요. 엘리자베스 쇼트가 배우를 꿈꾸는 화가 아르바이트였다니, 좀 지나쳤다 생각됩니다. 레이첼 - 알바의 1인 2역 트릭도 뻔해서 점수를 주기는 힘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명한 초현대미술 작품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도판이 거의 없는 책의 구성도 실망스러웠고요.

그리고 개인 취향인 부분이긴 한데, 헥터 라시터의 외로운 늑대 스타일 활약도 문제에요. 권총에 수류탄까지 휘두르는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터프가이 작가라니, 이 자체가 초현실주의가 아닐까요? 또한 현대미술 작가들을 진보주의자에서 최소한 좌파 (빨갱이?), 변태에 연쇄살인마 집단으로 묘사한 점과 작가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 헥터 라시터가 FBI의 끄나풀 역할도 하면서 이런 집단을 응징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적 마초이즘으로 보이기에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음에 드는 여자를 꼬시려고 협잡질도 마다하지 않는 헥터의 모습은 후반부 현대미술가들의 난교 파티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모습과 전혀 겹쳐지지도 않았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귀경길에 한시간이나 비행기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읽는 재미는 넘치는 작품입니다만 크라임 미스터리, 범죄소설로는 좀 애매하달까요.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터프가이 모험극 느낌도 많이 나기도 했고요. 그래도 읽는 재미 만큼은 확실한 만큼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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