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0/08/30

이창 (Real Window) (1954) - 알프레드 히치콕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작가 제프리는 촬영 도중 다리에 부상을 당해 집에서 몇 주 째 깁스를 하고 지내게 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 밖 이웃들의 일상을 관찰하던 제푸리는 어느날 스트레스 가득한 아내와 남편이 사는 집에서 수상한걸 발견한다. 남편이 새벽에 세 번씩이나 큰 가방을 들고 어딘가를 갔다 왔고, 그 뒤 아내는 사라진 것. 제프리는 전쟁 때 전우였던 형사 도일에게 사건을 이야기하지만 그는 남편 쏜월드와 아내가 역에서 목격되었다며 제프리의 추리를 일축한다.
하지만 제프리의 연인 리사는 쏜월드가 아내 핸드백 속 보석을 정리했다는 제프리의 말을 듣고 아내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어딘가 갈 때 핸드백을 두고갈 리 없다, 보석을 핸드백 안에 넣어 놓을리도 없다, 무엇보다도 결혼 반지를 두고갈 리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간호사 스텔라와 함께 쏜월드를 더 철저히 감시하며 증거를 찾아내려 노력하는데....

히치콕 감독의 고전 명작. <<우먼 인 윈도>>를 읽고 나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추리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많네요. 윌리엄 아이리쉬의 소설이 원작인 덕분일까요? 하여튼, 쏜월드가 보석을 정리하는걸 보고 리사가 '여자라면 그럴리 없다!' 며 설명하는 장면, 동네에서 잘 노는 개가 죽었을 때 쏜월드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개가 파헤치던 화단의 2주전 모습과 현재의 차이, 쏜월드가 욕실을 청소하고 짐을 싸는 것 등 설득력있는 단서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요소요소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2주전 찍은 정원 사진의 네가티브 필름을 프리뷰로 본다던가, 쏜월드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스트로보를 터트리는 등 사진 작가라는 직업을 나름 활용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쏜월드가 정원에 묻은건 아마도 아내의 머리(?) 였을거라는 마지막 대사도 섬찟하니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그레이스 켈리의 전설적인 미모라고 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명불허전, 눈이 부실 정도였습니다. 특히 첫 등장은 'rear window grace kelly entrance' 라고 자동 완성 검색어가 뜰 정도입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오래된 티가 물씬 나며, 이야기도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탓입니다. 초반의 약 30분이 대표적입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일상들, 특히 제프리가 리사와 결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뿐이거든요. 솔직히 그레이스 켈리의 애절한 구애를 거절하는게 말이나 되나 싶기도 했고요. 비교적 초반에 쏜월드가 수상하다는걸 알게 되지만, 증거를 잡지 못하고 그냥 관찰만 하는 과정도 지나치게 길어서 서스펜스가 쌓일 여지가 없습니다. 빠른 호흡의 전개가 일반화된 지금이라면 1시간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또 제프리가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설정을 그다지 잘 활용하지 못한 건 아쉽습니다. 오히려 이 핸디캡으로 리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경찰에 신고한 뒤 아무것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영 주인공스럽지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쏜월드는 시체를 어디에 어떻게 버린걸까요? 그가 세 번에 걸쳐 밤에 가지고 나간 가방으로는 시체의 모든걸 담기는 아무래도 부족해 보이는데 말이지요. 또 중반부에 트렁크를 끈으로 묶어서 어딘가로 보냈는데, 제프리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한 결과로는 옷가지만 들어있었다는게 밝혀집니다. 하지만 트렁크를 보내는건 제프리가 자기를 엿본다는걸 알아채기 전이므로, 충분히 이 안에 시체를 넣어 옮기는게 마땅합니다. 이 부분은 너무 대충 넘긴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눈여겨볼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기대했던 서스펜스와 스릴을 느끼기는 여러모로 부족했기에 감점합니다. 지루할 정도로 길기도 하고요. 21세기에 볼 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