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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사고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 유혜자 : 별점 3점

 

사고 - 6점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유혜자 옮김/아래아

섬유회사에 다니는 나이 마흔다섯 살의 신체 건강하고 외무 준수한 알프레도 트랍스는 그의 애차 스투데베커의 급작스러운 고장으로 한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트랍스가 하룻밤을 보내게 된 마을 주민은 전직 판사로 트랍스를 저녁 식사와 함께 하는 그들의 게임에 초대하고, 트랍스는 초대를 받아들인다.
게임은 전직 판사, 검사, 변호사에 사형 집행인이었던 집주인과 손님들이 벌이는 모의 법정 놀이로, 그 날은 트랍스가 피고가 되어 그의 유죄를 증명하게 되는데....


독일 작가 프레드리히 뒤렌마트의 짤막한 단편. 평범한 영업맨으로 보였던 트랍스가 상사였던 기각스를 해치우기 위한 범행을 계획하고 실천한 살인범이라는게 드러난다는 내용으로 일종의 완전 범죄물입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트랍스는 직장 상사 기각스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릅니다. 그러면서 기각스가 심장이 약하다는 걸 알게되고요. 그 뒤 회사 내에서 기각스와 잘 소통하는 직원에게 불륜을 털어놓아 기각스가 그 사실을 알게끔 만들었지요. 그 탓에 기각스는 심장 이상으로 죽고 말아버립니다.

문제는 어느정도 고의였다 하더라도 트랍스의 행위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하기는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진지한 법정에서라면 트랍스가 유죄 판결을 받는건 불가능했을거에요. 그런데 이를 '모의 법정 놀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모의 법정 놀이는 트랍스가 방문한 시골 마을에서, 은퇴한 옛 법조인들이 함께 하는 저녁 만찬에서 벌어지는 놀이인데,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사형 집행인까지 조합은 완벽하지만 놀이인 탓에 분위기는 시종 일관 난장판입니다. 참석자들이 나오는 음식과 술을 과다 섭취한 탓도 있고요. 이렇게 반쯤은 미쳐 날뛰는 광란의 도가니탕이라 트랍스마저도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할 정도로 휩쓸려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스스로 범행을 저지른 살인자임을 자각하게 되지요.
이렇게 왁자지껄 떠들썩한 모의 법정 놀이는 그야말로 현대적이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1956년 출간된 작품이니 무려 반세기도 더 지난 고전인데도 말이지요. 작중에 나오는대로 소크라테스, 예수, 잔다르크, 드레퓌스의 모의 법정 놀의 결과도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
이러한 현대적인 설정과는 반대로 혼외 정사, 불륜을 전혀 범죄라 인지하지 못하는 트랍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시대를 느끼게 해 주고요.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좀 뜬금없었습니다. 트랍스는 자신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른 전능한 범죄자로 인식되어 유죄, 그리고 사형 판결을 받아 굉장히 기뻤던 나머지, 법정 놀이를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하지만 오히려 남은 전직 법조인들에게는 짜증나는 결과였다는 결말인데, 납득이 가지는 않았어요. 사람은 모두 죄를 짓기 마련이고, 인생사는 결국 희극이라는걸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짐작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추리적으로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 모의 법정 놀이라는 아이디어도 기발하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굉장히 짤막하고 읽기도 편한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작가의 이름값(?)도 있는만큼, 읽고 난 뒤의 만족감은 두 배 이상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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