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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소년탐정 칼레 1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햇살과나무꾼 : 별점 2.5점

소년탐정 칼레 1 - 6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


탐정을 꿈꾸는 13살 소년 칼레는 친구 안데스, 이웃집 소녀 에바 삼총사와 매일매일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에바 어머니의 사촌 동생 에이나르 아저씨가 찾아오고, 칼레는 수상함을 느껴 개인적인 조사를 해 나가는데...

전설적인 아동 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2년에 발표한 소년 탐정이 활약하는 모험 소설.

아주 오래전 읽긴 했던거 같은데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지 오래였었습니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 된 건 와카타케 나나미의 <<녹슨 도르래>> 덕분입니다. 작 중에서는 히로토가 살인곰 서점으로 하무라 아키라를 찾아왔을 때 핑계삼아 이 책이 있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며, 뒤에 부록격으로 수록된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미스터리 팬이라고 자칭할 수 없다.' '아동 대상 도서라고 얕보지 마라, 복선을 깔아놓는 방식이 절묘하다.'고 극찬하고 있거든요. 도저히 구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찬사죠. 단, 도야마 점장의 소개에 따르면 작 중 등장한 책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만, 이번에 읽은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탓에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읽으면서 조금 놀랐던 건, 1940년대 스웨덴 시골을 무대로 13살 짜리 소년이 해결하는 사건 치고는 상당한 강력 범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에이나르 아저씨와 그의 일당들 때문에 삼총사는 유적 지하에 감금되어 버리고 마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에이나르 아저씨는 그들을 구해주지 않을거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세 명 모두 죽어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어요. 에이나르 아저씨의 지문을 몰래 뜨다가 권총으로 위협당하고, 마지막 추격 장면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의 묘사도 아동용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묘사였고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 탐정단>> 역시 소년 탐정 고바야시 소년이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걸 보면, 확실히 수십년 전은 지금과는 시대가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강력 범죄가 등장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몇 가지 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꽤 그럴듯하게 사용하고 있다는게 돋보입니다. 에이나르 아저씨의 지문을 몰래 채취한 칼레가 보낸 편지 덕분에 스톡홀름에서 형사가 출동하게 된다던가, 악당 차의 타이어를 스케치해 놓았던 덕분에 갈림길에서 악당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아 챈다는 식이거든요. 충분히 있음직하면서도, 아이가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활약으로 눈길을 끕니다. 유적에 써 놓았던 낙서가 지워지고, 진주가 떨어진걸 토대로 유적에 에이나르 아저씨가 몰래 숨어들어 흔적을 지우고 보석을 훔쳤다는걸 눈치채는 장면도 추리적으로도 흥미로왔어요.

그러나 추리는 양념일 뿐이며,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아동용 모험 소설이라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스웨덴 시골에서 13살 짜리 탐정 지망생 소년이 해결할만한 사건이 그렇게 대단할리 없잖아요? 에이나르 아저씨가 수상하다는건 계속 이야기되고 있어서 별다른 의외성도 없고, 전개도 반전없이 평이한 수준이에요. 오히려 전개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마저 전해 줍니다. 10만 크로네 보석 도난 사건과 사건의 범인인 에이나르 아저씨를 쫓는 칼레의 활약과, 삼총사의 여름 방학 이야기 - 서커스 공연을 하고 식스텐 패거리와 장미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다툼을 벌이는 등 - 가 같은 비중으로 뒤섞여 있는 탓입니다. 물론 식스텐 패거리 때문에 에이나르가 보석을 손에 넣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등, 장미 전쟁 자체는 핵심 사건과 나름 엮이기는 하지만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점은 순전히 제 기준일 뿐으로, 어린 친구들이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무리없는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도 바로 읽어봐야겠어요. 도야마 점장의 소개만큼 대단한 작품인지는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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