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오랫만에 모여, 좋은 식사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의미있는 자리라 아버님께 의견을 여쭈었는데, 중국 요리를 선택하시더군요. 그래서 신라호텔 팔선에 디너 코스를 예약하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선택한 코스는 아래의 '여의' 코스였습니다. 코스 이름이 특이해서 찾아보았더니, 불교 용어이기도 하고 '마음 먹은대로 된다' 는 뜻인데, 왜 이런 단어를 썼는지 그 의미는 잘 모르겠네요.
1. 제철 정선 전채
장어와 문어, 찌고 튀긴 듯 크리스피한 삼겹살과 버섯의 구성입니다. 단짠단짠인데 맛이 강하지 않고, 한 입에 먹기 좋아서 그야말로 전채라는 느낌이 드는 메뉴였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2. 캐비아 망태버섯 제비집.
제비집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재미있더라고요. 맛은 담백,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망태버섯과 캐비아의 존재감은 무척 약합니다. 맛에 있어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였어요. 제가 둔감한 탓이겠지만요.
3. 홍소소스 청새리 상어 지느러미 찜.
이거 진짜배기 상어 지느러미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도 어느정도 있고,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은 신기한 식감에 소스도 부담없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4. 고법 불도장
도가니, 전복, 오골계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는 불도장. 그러나 고명들보다도 묵직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은근하게 간을 맞춘 국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스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5. 어향소스 길품 전복과 오룡해삼
코스의 마지막 요리인데 전복의 크기는 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소스맛도 특출나지 않고 전복의 맛도 크기에 비하면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어향 소스는 어향 가지로 아주 친숙하며, 오룡 해삼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리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6. 식사.
저는 짬뽕을 선택했습니다. 짜장, 짬뽕, 기스면, 볶음밥, 중국식 냉면 등이 가능합니다. 고명, 건더기 등 전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재료 외에는 일반 중식당 짬뽕과 구분되는 맛은 아니었어요.
7. 디저트
멜론 반통, 그리고 가운데 씨를 파낸 곳에 감으로 만든 소스를 채워 넣었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대단한 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손이 간 그런 디저트를 기대했거든요.
이렇게 코스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가격에 비하면 맛이 만족스럽다고 여겨지지는 않네요. 제가 이 코스를 또 먹을 일은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물론 가족 모임이라는 자리에는 아주 잘 어울렸으며, 어른들께서 좋아하셨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서비스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었고, 룸 상태나 이런저런 디테일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혹시라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다른 코스 요리를 먹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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