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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5

사관장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2점

 

사관장 - 4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의 도피를 한 뒤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귀향할 때 함께 귀향한 다섯 살 '나'는 아버지의 옛 정혼자인 새어머니와 거의 노망이 든 할머니에게 기묘하면서도 가혹한 학대를 받는다. 그런 나의 편은 아버지와 숙부들의 유모였던, 집 안에서는 존재감없는 다미 할멈 뿐이었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할머니가 쓰러진 어느 날, 나는 백사당에 갖혀 기묘한 존재의 추격을 받다가 기절하고 만다. 그런 나를 구해준건 다미 할멈이었고, 그 때문에 다미 할멈은 십여년의 나이를 갑자기 먹는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식 때 햐쿠미 가의 관례대로 홀로 할머니의 시신을 탕관하기 위해 백사당에 갇힌 아버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물인 작가 삼부작 세 번째 작품. 8년 전에 읽었던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이 시리즈 첫 번째인데, 두 번째를 건너뛰고 세 번째부터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주인공인 '나'가 작가라고 등장하지 않아서 작가 시리즈가 맞는지 좀 의문이 드네요. 이야기 속에서는 아직 편집자거든요. 스스로 작품 활동을 하는 묘사도 없고요. 오히려 작가 시리즈가 아니라 '집 시리즈' 였던 <<흉가>>와 더욱 관련이 깊어 보입니다. 괴이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무섭고 공포스러운 저택을 보유한 지역 명문가 '햐쿠미 가(家)', 햐쿠미 가와 관련된 괴이를 뜻하는 '마모우돈'은 명백히 <<흉가>>의 '타츠미 가(家)', 그리고 '뱀 신'과 겹치니까요. 그 외에도 무섭고 커다란 저택, 공포스러운 할머니, 공포와 괴이가 얽힌 산들과 여러가지 사당 등 비슷한 설정이 많더라고요.

하여튼, 작 중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요소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햐쿠미 가에서 할머니에게 당했던 폭행과 학대, 백사당에서 겪었던 무언가의 습격, 아버지가 사라진 할머니 장례식 날 찾았던 도도야마 산에서의 기억나지 않는 체험, 삼십 년 뒤 방문한 어린 시절 친구 스나가와가 살았던 흉가에서 만난 무언가, 새어머니 장례식 날 백사당에서 진행한 탕관 의식과 무언가의 습격입니다. 이는 모두 주인공 '나'의 체험으로, 직접 겪은 듯한 묘사는 무척이나 생생합니다. 공포를 불러오는 공간들 - 햐쿠미가, 백사당, 도도야마 산 등 - 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섬찟함을 더해주고요. 이런 공간 묘사는 작가의 특기이기도 하지요.

'나'의 공포 체험 중 첫 번째인 어린 다섯 살 때 겪었던 할머니의 학대는, 말 그대로 '첩의 아이'에게 명문가 대가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비정상적인 광기는 끔찍하기는 한데 괴담은 아니에요.
두 번째 체험인, 백사당에서 '나'를 습격했던 '무언가'는 작 중 정체가 밝혀지는 유일한 마물인 '마모우돈'입니다. 다미 할멈의 말에 따르면 성불하지 못한 햐쿠미가 사람의 영혼이라지요. 뱀 요괴로 사랑했던 사람들을 사로잡아 함께 저승길로 간다고 하는군요. 햐쿠미가는 여자들의 힘이 강해서 마모우돈은 대부분 여성 혈족으로 짐작되고요. 이에 따르면 아버지 실종 사건의 진상은, '나'의 아버지가 할머니 장례식 날 제대로 탕관을 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성불을 하지 못한 할머니가 마모우돈이 되어 버린 후, 사랑하는 아들을 잡아간 거지요. 마지막에 백사당에서 새어머니의 탕관 의식을 진행한 '나'를 습격한건, 마모우돈이 된 새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똑 닮은 '나'를 잡아가려 한 것이고요.

하지만 마모우돈 외 다른 괴이 현상, 체험에 대한 설명은 전무합니다. 도도야마 산에서의 체험과 스나가와가 살았던 흉가에서의 체험은 그 이유,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요.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백사당에서 탕관을 진행하는, '장송백의례'라 불리우는 햐쿠미가 전통 장례 의식도 상세한 설명에 비하면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작 중 딱 두 번 - 할머니와 새어머니 - 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두 번 모두 당주를 '마모우돈'이 습격해버리니 이래서야 이 의식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이럴거라면 당주가 산제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또 이렇게 자주 출몰한다면 구태여 사당으로 세워 모실 이유도 없잖아요? 퇴마사든 뭐든 불러다 빨리 제령하고 불태워버리는게 낫지요.
그 외에도 '나'의 목덜미에 있는 뱀 비닐 모양 반점은 무엇인지, 햐쿠미 가에 시집오려 한 미와코와 새어머니는 처음부터 뱀 요괴였는지, 스나가와의 신분은 무엇인지 등등 알 수 없는게 많아서 답답합니다.

대부분 '나'의 체험일 뿐이고, '나'가 더 이상 햐쿠미가와 얽히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이야기도 완결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붉은 눈>> 속 단편들같은 개인 체험 괴담류의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괴담이라면 최소한 무섭기는 해야 하는데 별로 무섭지 않다는 점이에요. '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미 할멈이 나타나 구해주기 때문이지요. '마모우돈'에게 십여년의 수명을 빼앗기고, 마지막에는 죽어버리지만 그래도 두 번이나 '나'를 구해내는데 성공하는 탓에 마모우돈의 공포와 강함이 상대적으로 퇴색해 버립니다. 이래서야 정과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 히어로물에 가까와 보입니다. 소설로 읽지 않고 영상화한다면, 아이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에요!
아울러 여러가지 섬찟한 묘사들도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듭니다. 반복적인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고, 일부 묘사를 제외하고는 무섭지도 않아서 감점합니다. 후속권으로 <<백사당>>이라는 책이 있는 듯 한데, <<백사장>>과 합쳐진 긴 '뱀 신' 괴담의 도입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설명이 부족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닌데, 빨리 <<백사당>>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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