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2/06/18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3점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미스터리 편집자 미쓰다 신조가 공포소설 투고를 의뢰받은 뒤, 집필을 위해 우연히 발견한 폐가에 가까운 서양식 저택에 기거하면서 소설과 현실이 뒤섞이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는 내용의 작품.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장편 데뷰작입니다. 도조 겐야 시리즈는 한 권밖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본격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호감을 느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정통 호러 소설"이더군요. 비록 호러물은 취향은 아니었으나 일정 주기를 기점으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는 흉가라는 아이디어는 괜찮았고, 뭔가 스물스물하면서 섬찟하게 만드는 전개도 좋았습니다. 괴물이 나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상황" 자체가 섬찟한데, 이를 정말 잘 살리고 있습니다. 현실이 굉장히 깊게 개입하여 논픽션 느낌을 주는, '메타 소설' 계열의 작품이라는 특징이 이러한 섬찟한 상황에 한몫 단단히 하고요. 덕분에 흉가가 실제 있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요새 말로는 페이크 다큐 스타일인 거죠. 주인공이 작가 미쓰다 신조라던가, 작품 발표 시기에 진짜 그가 편집자로 일하며 발표했던 여러 서적들이 소개된다던가, 지명들이 실존한다던가 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유명한 추리, 호러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그 방식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방대한 장르문학에 대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광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작품에 연결시켜 녹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쓰다 신조가 "세계 미스터리 투어 13"의 도쿄편 관련 사진 촬영을 위해 아사쿠사 일대를 배회하면서 에도가와 란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작가 미쓰다 신조와 그가 이사 온 저택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작품 "모두 꺼리는 집"과 뒤섞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도 볼만했는데, 이러한 전개는 "메두사"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액자소설은 많이 있긴 하나 이렇게 실제 현실과 작품이 하나로 귀결되는 작품은 흔한 것은 아니죠.

허나 단점도 있습니다. 흉가 자체의 존재를 그려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대체 왜 흉가가 되었는지 결국 밝히지 않고 끝내는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7에 얽힌 주기는 무엇이며, 혼자 살아남은 소년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등 궁금했던 떡밥도 하나도 회수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귀신에 씌인 것 같은데 그냥 그뿐이라는 결말은 "알고 보니 꿈이었다"와 별다를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의 대 활극(?) 묘사는 긴장감이 넘치기는 하나 앞선 흉가 그 자체에 관련된 오싹함과는 거리가 있고, 통속적인 작품이 된 것 같아 아쉽고요.

그래도 복잡한 구성임에도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는, 그리고 장르 자체의 속성에 충실한 좋은 작품입니다. 데뷰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역시나 떡잎부터 다른 법이네요.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도 특출나니 호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계절도 이제 슬슬 여름이니까요!

그나저나... 작중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말이라며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도 소설로 쓰지 않는 한 평가할 수 없다."라는 글귀가 등장하는데 정말 와 닿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하루에 10분이라도 내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