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
"혼진 살인사건"은 이미 예전에 동서 추리문고로 읽었지만, 이번에 시공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은 중편인 "혼진 살인사건"과 단편인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중단편 길이의 "흑묘정 사건"입니다.
수록작의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표제작 외 다른 두 작품이 점수를 좀 깎아먹은 탓입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보다는 예전 동서 추리문고의 "나비부인 살인사건"이 더 좋았습니다. 이쪽은 별점 3점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에 추가한다면, "혼진 살인사건"은 공동 2위이고 이 책 전체적으로 따지면 7위입니다. 긴다이치 시리즈 팬분들께는 추천드리지만 그냥 추리 애호가분들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수록작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혼진 살인사건"
이 작품은 기념할 만한 긴다이치 시리즈 첫 작품으로 시리즈의 전형적 특징 - 시골 마을 지역 유지 가문에 얽힌 원한 관계와 오싹한 살인사건, 그것을 해결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펼쳐지며, 공들인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 같습니다.
그러나 공정함에 있어 큰 문제가 있긴 합니다. 작품 속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 트릭을 독자가 풀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탓입니다.
그래도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역사적 의미도 확실하며,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전형적인 긴다이치 시리즈다운 소품. 긴다이치는 아주 잠깐 언급될 뿐 화자는 혼이덴 가문의 병약한 막내딸 쓰루요로, 그녀의 1인칭 시점 서간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는 스기 죽음의 진상과 에마를 숨긴 이유를 쓰루요에게 숨긴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오노 가문의 쇼지가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했다는 결말부는 어이가 없더군요. 강도, 퍽치기 전과가 있는 인간이 약간의 호의 때문에 살인죄까지 뒤집어써 준다는 게 말이 되나요? 협박을 하면 했지...
편지로 진행되는 전개 역시도 몇몇 단락을 제외하면 그냥 소설이라 해도 될 정도로 편지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요.
한마디로 쓰루요의 쓸데없는 오해가 내용의 대부분인 작품으로, 일종의 순간이동 알리바이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기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흑묘정 사건"
추리소설가 Y가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밀실 살인, 1인 2역, 얼굴 없는 시체라는 전통적 추리소설 트릭에 대한 견해를 나눈 뒤, 얼굴 없는 시체에 관련된 사건을 실제로 긴다이치가 해결하고 알려준다는 내용입니다.
얼굴 없는 시체 트릭은 전형적인 피해자·가해자 바꿔치기 트릭에서 한 발자국 정도 더 나아간, 나름 고심한 트릭이 펼쳐집니다. 특히 장지문과 다다미에 묻은 혈흔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오노 지요코라는 여인이 등장해서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진다던가, 그냥 봐도 수상한 변장과 뒤이은 밀회 쇼를 그냥 성격 문제였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부분은 심하게 거슬렸습니다. 트릭 자체도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았고요. 아유코와 시게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너무 뻔했어요. 그 외에도 닛초가 공범이 되는 동기와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그스러운 만담과 과거사가 잠깐이나마 펼쳐져 팬으로서는 즐길 거리가 있고, 본격 추리 소설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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