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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특별요리 - 스텐리 엘린 / 김민수 : 별점 4점

특별 요리 - 8점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엘릭시르

2003년에 동서 추리문고 출간본으로 읽고 폭풍 감동했던 스텐리 엘린의 걸작 단편선집입니다. 당시 별점은 5점이었지요. 이번에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엘릭시르에서 정식 번역본으로 재출간되었기에 다시 구입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작품들은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번역에서도 차이가 나더군요. 제목부터요. 원제를 보니 엘릭시르 번역본이 확실히 제대로 된 번역이네요. "the best of everything"은 "최상의 것"이지 "너와 똑같다"일리 없으니까요. "배반자들 (The Betrayers)"의 경우는 동서판의 "벽 너머의 목격자"라는 제목이 더 와닿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최초 일어판의 초월번역 제목을 그대로 따온 것이겠지요. 번역은 일단 원제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엘릭시르 버전 쪽에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유명한 스빌로스의 아밀스턴 양 요리도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역시 엘릭시르 쪽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품들 자체는 10년도 더 전에, 그것도 이미 한 번 읽었기에 신선함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래도 별점 5점을 줄 때만큼의 감동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오 헨리를 연상케 하는 반전의 맛은 여전히 살아 있고,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세계와 인물을 그려내는 설정 역시 빼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단편에 등장하는 악당들 대부분이 지옥으로 간다는 결말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한마디로 언제 읽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전해주는 걸작 단편집입니다. 별점은 4점. 이런 말은 좀 식상하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각 작품별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 요리

스비로스의 아미르스탄 양 요리! 뭐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요.

손발의 몫

"미생"이 "완생"이 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랄까요. 비정한 고용인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본인은 그에 대한 자각 없이 하나의 기계로 동작한다는 작품. 지금의 한국 사회와 딱 어울리는 느낌이라 시대를 앞서간 듯 합니다. 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살해한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걸작 "도끼"도 떠올랐습니다.

성탄 전야의 죽음

이십여 년에 걸친 무간지옥 이야기. 누가 제시를 죽였는지에 대해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다가 마지막 대사 하나로 놀라운 반전을 터트리는 작품. 이런 류의 서늘한 느낌을 전해주는 반전 단편으로는 교과서라 해도 무방할 수작입니다.

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

아내를 여섯 명이나 죽여가며 자신의 골동품 가게를 지키려던 애플비 씨는 일곱 번째 여자와 결혼하는데, 정작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블랙 코미디 느낌의 반전 결말이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체스의 고수

체스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상대가 될 또 다른 인격을 분열시킨다는 내용.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아 아쉬웠지만 평범한 사람의 정신이 붕괴하는 과정 묘사는 탁월해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최상의 것

"리플리"의 또 다른 버전이랄까요. 자신과 닮은 부잣집 아들을 죽이고 그에게 오는 돈을 가로챈 젊은이에게 파국이 찾아온다는 이야기. 전혀 다른 두 세계가 이어지는 설정, 그리고 반전 역시 좋았습니다.

배반자들

과거 읽었을 때에도 아주 좋았던 작품. 벽 너머에서 누군가 살해당하는 소리를 들은 이웃집 남자의 활약(?)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인데 역시 반전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하우스 파티

무간지옥 2탄. "사랑의 블랙홀"의 막장물 버전이지요. 반전은 없고 다소 뻔한 내용이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연극과 무한 반복되는 세계라는 감옥을 연결시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브로커 특급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불륜남 살인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 다 좋은데 결말이 석연치는 않았습니다. 여자가 잘못한 게 뻔한데 진정한 사랑 운운하며 같이 죽는다는 건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인 걸까요?

결단의 순간

태어나서 고민이라는 걸 한 번도 안 해본 남자가 일생일대의 고민을 앞둔다는 내용으로 열린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목숨을 건 딜레마라는 점에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피아니스트를 불타는 집에 수갑을 채워놓고 도끼인지 칼인지를 꽂아놓고 쿨하게 떠나는 남자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읽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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