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이란 무엇인가 - 가와이 단 지음, 신은주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수많은 요리 만화 중에서 재미 면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라면 요리왕"의 작가 가와이 단이 새롭게 선보인 라면 만화라고 착각해서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맥이 풀릴 정도로 재미없고 지루한 책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라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시공을 초월하며 출몰하는 주인공 '박학다식 선생' 운치쿠 유조의 입을 빌려 대사로 전달하는, 일종의 라면 설명 찌라시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있는 드라마라면, 라면 오타쿠인 운치쿠에게 반한 아이쓰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라면 공부를 시작한 남자친구 쇼짱 이야기 정도인데, 이조차도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사실상 이야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고 라면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대사 처리와 관련 라면 컷 한 장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장황한 설명이 함께 이어지고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라면의 뿌리는 중국, 1871년 청일수호조약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일본으로 이주한 후 처음 만들어졌지. 1880년, 요코하마에 2172명, 고베에 516명, 나가사키에 594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었지. 요코하마엔 난징 거리가 생겼고, 이곳을 다닐 수 있는 일본인은 무역, 해운, 세관 일을 하는 한정된 사람들뿐. 이 즈음 등장한 일본 최초의 라면은 담백하게 소금 간을 한 돼지고기 국물에 하얗고 부드러운 면을 넣은 것으로 '난징 소바'라고 불렀는데 요즘 라면과는 꽤 거리가 있었지."
이런 식의 설명이 한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이어지며, 컵라면을 설명하는 챕터 역시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 쪽이 훨씬 드라마가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작가가 정말로 라면을 사랑하는구나 싶기는 하더군요. 지루하긴 해도 라면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라면 요리왕"보다도 꼼꼼해서 완성도도 높고요. 무엇보다도 정보 전달이 중심이긴 하지만, 워낙 많은 정보를 소개하고 있어서 새롭게 안 사실도 많습니다.
덧붙이자면, 주인공 운치쿠 유조는 미디어 팩토리의 학습만화 고유 캐릭터라고 합니다. 이 학습만화 시리즈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라면, 그러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던 제 잘못도 분명 있겠지요.
그러나 별점은 1.5점입니다. '라면 만화'로서는 최악의 만화로, 성립을 위한 최소한의 이야기조차 없는 구성이었기에 도저히 점수를 더 줄 수 없었습니다. 단, "라면 정보" 부분에서 그나마 0.5점을 얹었습니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이었는데 전혀 제값을 하지 못한, 근래 보기 드문 최악의 충동구매 서적입니다. 어떤 책인지 꼼꼼히 알아보지 않고 구입한 제 잘못이긴 하지만, 입맛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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