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
과거 제 블로그에 "추리소설과 요리"에 대한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단 비공개 상태로 바꾸어 두었는데,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궁금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위에 연결된 인터넷 서점 책 소개 페이지에서 보이는 샘플들 그대로, 소설에 등장한 요리를 재현하여 해당 문장과 사진을 배치한 것에 불과한 탓입니다.
물론 사진은 예쁘게 잘 찍혔습니다. 재현도도 높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혹은 있어 보이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아주 괜찮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학교에 재학 중이던 저자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업이라서 요리와 사진, 즉 보이는 비주얼에 공을 들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원전인 책에 대한 비중이 낮을 뿐더러, 소개된 요리들도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읽어보았던 작품 속의 해당 음식을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지도 않는 소품에 지나지 않거든요. 그나마 몇몇 아동용 소설과 동화 속 요리들, 그리고 "변신"에서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강하게 드러내는 썩은 음식 정도만이 작품과 연결고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50개나 되는 꼭지 중 고작 이 정도라면 많이 부족합니다. 요리도 그냥 재현일 뿐, 요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나 레시피조차 실려 있지 않고요.
한마디로 저자가 문학과 요리, 양쪽 모두 잘 모르고 그냥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물입니다. 문학 작품 속 요리를 재현한다는 거창한 목표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최소한 요리가 주가 되는 작품을 찾는 노력이라도 했어야지요. 추리소설이라면 "요리사가 너무 많다", 영화라면 "바베트의 만찬"같은 식으로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알맹이는 사진 외에는 찾기 어려습니다. 독자가 아니라 작가의 자기 만족을 위한 결과물에 불과해요. 예쁘기는 하나 건질 것 없고 얄팍한 내용과 만 원이 넘는 가격을 고려한다면, 음식·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굳이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소개되는 요리는 훨씬 적지만 원전과 요리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주는 "라블레의 아이들"이 훨씬 제 취향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예전에 한두 개씩 쓰던 "추리소설과 요리" 관련 글도 뭔가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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