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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2

라블레의 아이들 - 요모타 이누히코 / 양경미 : 별점 4점

 

라블레의 아이들 - 8점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빨간머리

저명인사와 예술가들이 즐겨먹은 음식을 재현해 먹어본 뒤 그 음식과 해당 인물에 대해 논하는 책입니다. 총 25편의 에세이가 실려있죠. 요리를 단순히 레시피에 기초한 요리로 보지 않고 그 요리를 즐겼던 인물들에 대한 것을 요리와 결부시켜 설명한다는 독특한 책입니다.

제목부터가 음식 이야기를 즐겨 등장시킨 16세기 프랑스 작가 라블레를 인용하며 수많은 예술가들의 식탐을 '그들이 선천적으로 품고있던 세상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여 그들 모두가 라블레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것일 만큼 등장인물과 레시피, 요리들 모두가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학과 예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현학적인 재미가 넘쳐나며, 복잡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유명인사의 레시피를 재현한 사진과 그 맛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음식과 유명인사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네종류의 요리와 디저트로 구성된 미래파의 이탈리아 통합 디너 세트였습니다. 조명과 벽지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미래파적 시각과 함께 단지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미각까지 결합시켜 예술로까지 요리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독특했거든요. 게다가 결국 파시즘적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정치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 외의 그로테스크했던 권터 그라스의 장어요리들, 잘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어떤 것을 먹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과자들에 대한 이야기 등도 기억에 남네요.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요리같은 경우는 충분히 가정에서 당장 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라 욕심도 나고 말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설명 부분의 사진이 잘못 편집되어 있는 것인데 전체적인 번역과 사진이 굉장히 좋아서 그런지 더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별점은 4점. 뻔한 레시피 중심이나 맛집 순방에 불과한 요리 - 미식 관련 에세이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색다른 책으로 요리와 미식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썼던 '장르문학과 함께 하는 음식 이야기' 라는 짤막한 컬럼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아무리 취미의 일환이라지만 좀 더 보강하고 제대로, 의미를 담아서 써야겠어요. (물론 제 컬럼은 재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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