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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셜록 홈스의 과학 - E.J 와그너 / 이한음 : 별점 4점

셜록 홈스의 과학 - 8점
E. J. 와그너 지음, 이한음 옮김/한승

제목만 보면 셜록 홈즈가 등장해 다양한 과학 상식을 설명하는 교양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일부를 인용하며 당시 과학 수사—즉, 법과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법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미시사 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13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주 자세한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과학 수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다양한 사건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자료적 가치와 재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보기 드문 책이었습니다. 특히, 모든 내용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에피소드나 대사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방식이 홈즈 팬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요소였습니다.

다만, 과학 수사 초창기에서 셜록 홈즈의 전성기, 즉 20세기 초반까지의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그 이후의 발전상을 심도 있게 알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참고도서로 보기에는 도판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별점은 4점. 과학 수사의 역사에 대해 이만한 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학 수사에 관심 있으시거나 다양한 사건 사례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 꼭 추천드립니다.


"사자와의 대화"

시체를 분석해 범죄를 해결하는 법과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사망 시간의 추정, 부검 및 해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19세기 후반 헝가리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린 하녀가 실종된 후 유대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박해받던 중, 익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깨끗하게 보존되어 실종된 하녀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세밀한 부검을 통해 뼈의 성숙도로 나이를 판정한 결과, 시신이 깨끗했던 이유가 피부의 진피층이 떨어져 나간 것과 강물이 차가워 시신이 3개월 동안 잘 보존되었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유대인들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야수 이야기와 검은 개"

"바스커빌가의 개"를 토대로,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고대 민담과 전설에서 비롯된 수상한 사건들을 설명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했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사건에서 주인이 살해된 현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앵무새의 부리에서 살인자의 피를 채취해 범인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용감한 앵무새가 범인을 공격한 덕분이었습니다!

"옥에 티"

곤충과 범죄 수사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이 왜 "옥에 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파리가 잡은 범인"을 함께 읽어보시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독살의 증거"

제목 그대로 독살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또한, 시체에서 독을 검출하는 방법, 특히 비소 검출 기법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얼룩끈"에서 뱀의 이빨 자국을 통해 해결한 사건을 예로 들며, 피하 주사 흔적을 발견해 독살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서를 실제 사건과 연결해 설명해 주니 더욱 흥미로웠거든요.

"변장과 수사관"

비도크를 중심으로 변장과 관련된 실제 사례를 소개합니다. 비도크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가짜 경감 듀"로 유명한 크리픈 사건(정부를 아들로 변장시켜 도주했던 사건)도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심하게 절뚝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그의 변장을 간파하고, 범인이 특수 구두를 신었을 것이라고 추리한 사립탐정 헨리 고다드의 활약이었습니다.

"범죄자의 초상"

범죄자의 신원 파악을 위한 방법의 발전 과정을 소개합니다. 초기에는 문신이나 흉터를 기록하는 수준에서 시작하여, 이후 사진술, 베르티용 측정법을 거쳐 지문 감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설명됩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사건이 인상적이었어요. 1920년대 리옹에서 대낮에 열린 창문을 통해 여러 물건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랑이 모두 수직으로 뻗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범인은? 놀랍게도 원숭이였습니다! 한 편의 추리 소설 같은 이야기였네요.

"오물"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먼지와 오물에 대한 법과학적 분석을 다룹니다. 1904년 독일에서 벌어진 재봉사 살인 사건에서는 범인의 손톱 밑 찌꺼기를 긁어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관련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중 놀라운 사건은 자신을 흡혈귀라 주장한 영국의 존 조지 헤이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피해자를 황산에 녹여 증거를 없앴다고 확신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조약돌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조약돌은 피해자의 담석이었고, 담석은 황산에 녹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기막힌 반전이야말로 현실이 소설보다 놀랍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화, 의학, 살인"

19세기 범죄 수사에 영향을 미친 여러 기상천외한 이론들이 등장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골상학'이나 '범죄 유전 이론'을 비롯해, 자위행위가 해롭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등장한 황당한 치료법들, 흡혈귀에 대한 미신, 살해당한 사람의 망막에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보존된다는 믿음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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