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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24시간 7일 - 짐 브라운 / 하현길 : 별점 2점

 

24시간 7일 - 4점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비채

미국 TV의 리얼리티 쇼 <24시간 7일>에 참가하게 된 다나는 쇼가 열리는 자메이카와 아이티 사이의 무인도 '바사섬'에 도착한다. 이 섬은 무인도였지만 쇼를 위해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 그러나 쇼가 시작되자마자 참가자 12명을 제외한 모든 스탭이 괴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참가자 12명도 시청자 투표를 통해 1명씩 바이러스에 의해 희생될 운명에 처한다.

방송은 차단되었지만 인터넷과 위성방송 수신기로 걷잡을 수 없이 중계되고, 미국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 사건의 추이를 검토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도서출판 비채의 트위터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된 작품입니다. 비채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무인도에 고립된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이 생존을 위하여 싸워나간다는 내용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의 공식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앞서 접했던 일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렇게 거대한 게임을 어떻게든 설득력있게 만드려는 배경 묘사가 충실하다는 것이죠. 즉 리얼리티 쇼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한 '컨트롤'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과 이러한 게임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아쉽게도 참가자들이 어떻게 생존을 위해 싸워나가느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잊은 듯합니다. 이러한 장르물은 대체로 폐쇄된 공간에서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보장되기때문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흥미진진한 두뇌게임, 또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하나 둘 탈락하는 것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을 잘 표현해주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플러스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과 무관한 '시청자'들의 투표이기 때문이며 이것은 작품의 주제, 즉 극단적인 시청률 경쟁이 낳는 비윤리적인 미디어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에 충실하기는 하나 실제 게임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재미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약간의 게임, 시청자를 현혹하기 위한 작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개에 별 영향을 주지는 못하니 그냥 사족일 뿐이에요.

또 지나치게 헐리우드스러운 캐릭터들과 거창한 스케일로 점철된 묘사들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불치병에 걸린 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꼭 살아남아야 하는 억척스럽지만 매력적인 여주인공 다나 (밀라 요보비치?) 와 전직 비행기 조종사로 뛰어난 육체와 지능을 갖춘 저스틴(매튜 맥커너히?) 이라는 양대 스테레오 타입 히어로 - 히로인은 유치해보이기까지 했어요. 너무나도 완벽한 결말까지 헐리우드스럽고 말이죠.
거창한 스케일도 거창하기만 할 뿐 결국 속빈 강정처럼 허술할 뿐입니다. 예를 들면 바사섬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헬기'로 미사일을 피한다는 묘사를 들 수 있겠죠. 하긴 아무리 이유를 가져다 붙인들 이만한 거대 작전을 감히 '미국'이 모르게 수행한다는 것 부터가 비현실적이니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리고 전체적으로 설명은 많지만 잘 짜여진 작품은 아니라는 문제도 있죠. 일단 여러 복선과 단서들은 그냥 '떡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작품의 기둥 줄거리를 만든 다음 하나의 단서를 이곳저곳에 추가한 느낌이거든요. 그나마도 치밀하지 않아서 '컨트롤'의 계획은 참가자 중 섬을 탈출한 사람이 있다던가, 미군이 섬을 쓸어버리려는 시도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잘 진행되던 계획의 와중에서도 파트너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구멍투성이었다는 것처럼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전개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던 참가자들 중에 있는 '컨트롤의 협력자'에 대해 방송에서 심각한 오판을 한 로릭 박사에 대한 언급이 그 다음에 없는 것도 의문이며 '컨트롤'의 동기라던가 사건의 배경 등 모든 면에서 작위성이 지나치게 느껴진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였고요.

퍼즐 천재로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터커라는 인물은 그런대로 매력적이었고 앞서 이야기했듯 기본적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보장받는 장르물에 미디어를 비판하는 요소까지 버무린 시도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느낌이 더욱 강합니다. 장르물에 집중하거나 비판에 집중하여 보다 소규모로 설득력있게,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헐리우드 스릴러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벤트로 읽게 된 도서이기에 보다 좋은 평을 써야 할텐데 죄송스럽기만 하네요. 앞으로 이벤트 당첨되기는 힘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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