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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뉴욕을 털어라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이원열 : 별점 3점

뉴욕을 털어라 - 6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도트문더는 출소 직후 옛 친구이자 친적인 켈프로부터 '큰 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신성시하는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것. 도트문더는 이를 위해 운전수, 장비담당, 자물쇠 담당의 3인을 추가한 5인의 팀을 구성하여 에메랄드를 훔쳐내는데 성공하나 순간의 실수로 장비담당인 그린버그가 보석과 함께 체포되고, 이후 에메랄드를 되찾기 위해 교도소, 경찰서, 정신병원, 은행 지하금고를 차례로 털어내게 되는데...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이 작가 작품은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이 작품의 테마는 '보석 절도'인데 그야말로 책소개에 있는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70년대 유행했던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부터 최근의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등의 영화를 일컫는 ‘케이퍼 무비’에서 유래한 말로, 범죄사건을 아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 주제와 분위기 모두가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 <도둑들>이 떠오르더군요.

때문에 국내에 그동안 출간되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 <인간사냥 (리처드 스타크 명의)> 라던가 <도끼>와는 사뭇 다른,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사건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의 모험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악당에게 한방 먹이는 반전에 이르는 과정 전부가 유쾌하고 통쾌해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또 여러번 계획이 달라지고 업그레이드됨으로 인해서 흡사 여러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풍성함도 좋았고요.
유사한 설정이지만 일본 작품인 다카무라 카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전개로 일관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는 것도 왠지 양국, 그리고 작가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아 재미있었어요.
한마디로 유머스러우면서도 읽는 것이 즐거운 그런 책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이자 절도팀을 이끄는 리더인 도트문더라는 캐릭터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의 중심을 딱 잡아주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계획의 치밀함과 실제 작전에서의 과감함, 결단력과 더불어 번역자 표현대로 세탁기에서 잔돈을 훔치고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훔치며 수수하게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러나 계획이 꼬이는 과정과 이후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과 우연이 많이 작용하며 작위적인 설정이 잦은 것은 좀 아쉽습니다. 작가의 이름값에 비한다면, 그리고 '완벽한 범죄계획'이라는 중요한 테마에 걸맞지않게 전개 자체의 밀도가 좀 낮은 느낌이 크기 때문이죠.
완벽한 첫 계획이 실패하고 그린버그가 체포되는 원인이 '유리 케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 이라는 것도 좀 어설프며 이후 변호사 프로스커가 보석의 은닉장소를 알아내어 먼저 빼돌렸다는 건 그렇다 쳐도 빼돌린 방법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정신병원에 제발로 들어갔는지 등은 그다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그 외에도 헬기를 동원한 경찰서 습격같은 대형 사건에서도 별 탈없이 무사하게 작전을 완료한다는 지나치게 유쾌한 설정도 썩 와닿지는 않았고 말이죠. 게다가 '최면술' 이라는 설정은 글쎄요... 너무 오버스러울 뿐더러 현실적이지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나마 치밀했던 앞부분의 계획에 비하면 너무 쉽게 간 것이기에 이 설정은 빼는게 솔직히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유쾌하게 읽히는, 스트레스 해소용 화끈 범죄 모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른바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책 옆날개 소개대로 영화를 찾아보았더니 예고편이 바로 뜨더군요. 확실히 영화화하기에 좋은 소재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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