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털어라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
도트문더는 출소 직후 옛 친구이자 친적인 켈프로부터 '큰 건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신성시하는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것. 도트문더는 이를 위해 운전수, 장비 담당, 자물쇠 담당을 추가하여 5인 팀을 구성하여 에메랄드를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장비 담당인 그린버그가 보석과 함께 체포되고 말았다. 이후 에메랄드를 되찾기 위해 교도소, 경찰서, 정신병원, 은행 지하금고를 차례로 털게 되는데...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한 편으로, 국내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만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작품의 테마는 '보석 절도'로,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드가상 수상 작품집 4"에 수록된 작가의 단편 "도둑들"과 주제와 분위기 모두가 비슷한데, 계속해서 꼬여만 가는 사건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의 모험, 마지막에 악당에게 한방 먹이는 반전에 이르는 과정이 유쾌하고 통쾌해서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또한, 계획이 계속 변경되며 업그레이드되는 덕분에 여러 편의 소설을 한 번에 읽는 듯한 풍성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비슷한 설정의 일본 작품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전개였던 반면, 이 작품은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국 작가들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이자 절도 팀을 이끄는 리더 도트문더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밀한 계획, 과감한 실행력과 더불어, 세탁기에서 잔돈을 훔치고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훔치는 등 소시민적인 면모까지 갖춘 독특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꼬이는 과정과 이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과 우연의 개입이 많고, 작위적인 설정이 잦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완벽한 범죄 계획'이라는 테마에 비하면 밀도가 많이 낮아 보였어요. 첫 번째 계획이 실패하고 그린버그가 체포되는 원인이 '유리 케이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정부터 어설펐고, 변호사 프로스커가 보석을 빼돌린 과정이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헬기를 동원한 경찰서 습격이라는 대형 사건을 일으켰지만 별 탈 없이 작전을 완료한다는 지나치게 유쾌한 설정과 '최면술'을 이용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앞부분의 치밀했던 계획과 비교하면 다소 허술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유쾌하게 읽히는, 스트레스 해소용 화끈한 범죄 모험 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케이퍼 무비'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울러 책 옆날개에서 소개된 영화가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예고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더군요. 확실히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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