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3 -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황금가지 |
홈즈에게 모티머라는 의사가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모티머는 그의 친구이자 환자였던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죽음과 바스커빌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저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찰스의 후계자 헨리 경의 처우에 대해 문의한다. 셜록 홈즈는 데번주 다트무어 황무지에 위치한 바스커빌 가의 저택으로 출발하는 헨리 경에게 왓슨을 보호자 겸 주변 환경에 대해 조사하는 역할로 동행시킨다. 왓슨은 황무지에서 접하는 기묘한 사건들을 꼼꼼히 보고서로 작성하여 홈즈에게 보내는 와중에,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오래전에 아동용 번역서로 읽었었던 작품인데 인터넷 서점 중고 코너에서 황금가지판 완역본으로 싼 값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구입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셜록 홈즈 장편 중에서는 제일로 치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옛 생각도 나고 해서 말이죠.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었습니다. 십여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역시나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요.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셜록 홈즈 단편의 미덕을 장편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았기 때문에 팬이라면 항상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겠죠. 홈즈물의 가장 큰 특징인 "약간의 단서를 통한 의뢰인의 정체 추리" 부터 잘, 그리고 장편에 걸맞는 길이로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소한 사건에서 중대한 의미를 드러내는 여러가지 장치들 - 예를 들자면 헨리 바스커빌 경의 구두 도난 사건 같은 - 역시 잘 삽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약간의 반전도 있어서 단편과 비교해 본다면 즐길거리가 훨씬 풍성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에 더불어 고딕 호러와 같은 마견 이야기, 잔인무도한 탈옥수, 그리고 그에 따르는 황야에서의 모험 역시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어서 재미를 더하고요.
그러나 단편으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홈즈가 왓슨에게 혼자서 조사를 시킨다는 설정 + 황량한 데번주 다트무어의 풍광을 설명하는 부분 등을 통해 길게 늘려놓은 티가 나긴 합니다. 어차피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길이의 작품이라 크게 지루한 것은 아니지만 왓슨을 혼자 보낸 이유의 타당성 같은 것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압축한다면 더 내용을 줄일 수 있는 작품이긴 하니까요.
또 추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기도 한데. 예를 들자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기도 한 이른바 "마견"의 사육 및 조련에 대한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추리적으로 이상하거나 부족한 부분은 결말 부분에서 홈즈가 공들여서 직접 설명해 주기 때문에 어느정도 납득할 만 합니다만 왜 저 거대하고 무서운 개의 사육과 조련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악당도 셜록 홈즈가 작중에서 라이벌 급으로 칭찬하는 것에 비하면 포스가 떨어져서 그다지 강렬하지 못한 것도 단점이고요. 이런 소소한 단점들은 어차피 이 작품 자체가 홈즈 시리즈를 도일경 스스로 끝낸 뒤 "돈생각"이 나서 쓴 중편이기도 해서 완성도가 최전성기 걸작에 비하면 처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는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인과 트릭, 그리고 동기에 대한 설정 및 전개 등 모든 부분에서 거장의 풍모를 느끼게 해 주는 홈즈 시리즈 최고 작품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3점이지만 저같은 독자가 이러한 별점을 다는 것이 죄송스러운,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지금 읽기에는 부족한 부분이나 단점이 눈에 뜨이더라도, 거의 한세기가 지난 이 고전에는 항상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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