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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4

앨저넌에게 꽃을 - 다니엘 키스 / 김인영 : 별점 5점

앨저넌에게 꽃을 - 10점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빵가게 점원 '찰리 고든'은 32살이지만 IQ가 70도 되지 않는 저능아. 그런 그에게 지능 향상을 위한 실험이 제안되며 똑똑해 지고 싶었던 찰리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지능향상 실험은 이미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생쥐에게 적용되어 성공하였기에 인체 실험이 필요했던 것. 찰리는 실험 시작과 동시에 "경과보고"라는 이름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 시작한다....

반세기전인 1959년에 출간된, 휴고상과 네뷸라 상을 수상한 SF의 고전입니다. 유명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SF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읽지 않았었는데 중고서점에서 별 생각없이 충동구매한 뒤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찰리의 경과보고라는 형태의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저능아의 서툰 글에서 시작하는 변화의 과정이 고작 8개월여에 머무르는 짧은 기간의 이야기이기에 심리 묘사의 극을 보여주면서도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그러면서도 끔찍하고도 잔인한 이야기였습니다. 다 읽고나니 눈물이 핑 돌 정도로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 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군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얻어가면서 더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기도 하고, 슬픈 결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시한부 최루성 멜로물이기도 하고, 행복이라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짤막한 상식으로 리뷰를 쓴다는 것이 무례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성취"를 이룬, 진정한 걸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네요.

한마디로 이제서야 읽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대단한, 놀라운 작품으로 이런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절판을 거듭한 국내의 척박한 장르문학 환경은 화가 나기까지 하네요. 차라리 SF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진정한 고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을까요? SF적인 요소도 많지 않은데... 어쨌건 별점은 당연히 5점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리면서 5점짜리 작품은 처음이네요.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덧붙이자면. 소설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워렌학교로 돌아간 찰리에게 곧 다가올 필연적 죽음, 그의 시체를 놓고 벌어질 실험을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찰리가 마지막 얼마간이라도 워렌학교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PS : 그나저나 영화화도 몇번 된 것 같은데 이 1인칭 심리묘사의 극한을 보여주는 작품을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네요. 뭐 찰리 역이야 연기 좀 한다는 배우는 당연히 욕심낼만한 배역이긴 하지만 도저히 책이라는 매체의 효과를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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