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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7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 김수현 : 별점 3점

천사의 나이프 - 6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히야마 다카시는 커피숍 점장으로 어린 딸과 살아가는 싱글대디. 아내는 4년전 13세 미만의 소년 강도들에게 살해되었다. 당시 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미한 처벌에 그쳐 히야마는 TV 를 통해 그들을 죽이고 싶다는 속마음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당시의 소년 강도였던 범인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히야마는 누명을 벗고 당시 사건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당시 소년들에 대해 알기 위해 스스로 사건의 조사에 뛰어든다.

이 책은 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당첨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그동안의 란포상 수상작은 반정도는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은 제목과 작가가 생소해서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절대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극과 연관되어 펼쳐지는 과정도 괜찮았을 뿐 아니라, "소년범죄"를 소재로 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솜씨가 제법이라 감탄했습니다. 소년들이 저지른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과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는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나 소설 "소년탐정 김전일" 등에서 읽었던 것과 좀 유사하긴 한데 나름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서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앞부분의 만화경이나 저금통장의 출금액 같은 사소한 단서를 복선으로 잘 포장해서 결말로 이끌어내는 부분과 마지막 반전 부분에서는 정교함도 엿보였고요. 얼마전 TV에서 실제 일본에서의 한 소년범죄의 실존 인물이 이후 변호사로 성공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이 같은 해당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소년범죄"라는 것에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은 점이겠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촉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 - 은 조사해 보니 국내에서도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는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이 소설에서처럼 피해자를 무시한채 소년들의 인권을 고려한 처벌을 내리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소설에서의 소년들에 대한 처벌과 그 결과는 정말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계획범죄" 라도 아이들은 보호를 받나요? 어쨌건 이 이야기대로라면 아이들에게 거금을 주고 살인을 청부하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만 하겠더라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솔직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구조가 일직선이기도 해서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으며, 범죄의 동기 자체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과정과 결과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특히 야기라는 범인이 히야마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 너무 억지를 부린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사회파 추리소설" 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사회파" 소설이랄까요...

아울러 소년범죄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덕분에 메시지 전달은 더 강하게 이루어지지만, 이 범죄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는 설정은 너무 지나쳤어요... 작가의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좀 덜어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울러 결말도 너무 급작스럽게 끝나버려서 좀 맥이 빠지는 감이 있습니다. 잘 나가다가 서둘러 대충 마무리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추리 매니아로 평가하기에는 추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누가 읽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1급 쟝르 문학이라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이지만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4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재미난 작품이 사회적 메시지까지 확실하게 담고 있으니 란포상을 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싶더군요.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국내 쟝르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잘 팔려주면 좋겠습니다.

PS : 좋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이글루스와 황금가지 관계자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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